베를린의 점심 메뉴는 다채롭지 못하다. 서울과 비교하면 정말 한참 모자라다. 가까운 곳에서 적당히 먹을 걸 둘러보면, 일단 아시아 식당이 많이 보인다. 한식, 일식, 중식 같이 구체적이지 않고, 'Asian'이라고 써져있는 정체불명의 장르. 베트남 또는 태국 음식을 기본으로 하며 곁다리로 초밥 메뉴를 판다. 사이드로 김치와 미소 된장국도 있다. 이런 가게들이 상당히 많다.
퍼플팀 사람들은 대체로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망고 카레 밥, 당면 샐러드, 초밥이 인기였다. 나처럼 맵게 먹고 싶은 사람은 밥에 스리라차 소스를 뿌려 먹었다. 아시아 음식은 맛있으면서도 비싸지 않고, 주문하면 빨리 나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탈리안이나 독일 식당에서 30분 이상 기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아시아 식당의 메뉴에는 보통 번호가 매겨져 있어, 어려운 이름의 음식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게다가 사진까지 붙어있다. 효율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아시아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강해지는 현장이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주로 일 얘기를 했다. 본사가 대 준 자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새 직원은 몇 명을 뽑을 것인지, 광고 전환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밥 먹으면서 일 이야기를 하는 게 지겨웠는지, 누군가가 ‘밥 먹을 때는 회사 얘기 금지!’라고 외쳤다. 그러면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회사 얘기로 돌아왔다. 나중에 새 사무실로 가게 된다면 누가 창가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며 서로 가까워졌다.
같이 밥을 먹는 행위는 아무 것도 아닌 듯하지만, 먹으면서 잡담을 나누는 중에 보물 같은 아이디어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리고 동료들과 친해지면 팀워크에 큰 도움이 된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눈빛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에는 분명히 이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굳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는 것이 점점 귀찮아졌다. 그래서 일주일의 절반은 동료들과 같이 먹고, 절반은 혼자 먹었다. 혼자 먹을 때는 샐러드나 케밥을 사와 일을 하면서 먹었다.
한 가지 의아했던 것은, 점심을 먹은 후에 아무도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며칠간은 팀 분위기에 맞춰 양치질을 하지 않았는데, 한계가 왔다. 더 이상 눈치를 보고 싶지 않아 슈퍼에서 가글을 사와 입 안을 헹궜다. 매일 점심마다 입을 헹궜더니 옆자리 동료가 물었다.
“아침에 이 안 닦고 왔니?”
나는 차분히 대답했다.
“아침에 물론 닦고 왔지. 그리고 점심을 먹었으니 씻어낸 거고. 참고로 저녁에도 닦을 거야.”
그는 이를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닦는 것이 유럽의 상식이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