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최근 들어 감금당하는 꿈을 많이 꾼다.
지난 주에는 천안 모 대학 앞의 빌딩에서 계약서를 잘못 써서
멀끔하고 잘생긴 깡패들에게 감금당하고 강제로 일하는 꿈을 꾸더니
오늘은 더 무서운 꿈을 꾸었다.
큰 돈을 벌게 해준다는 말을 믿고 외딴 시골 고속도로에 있는 차단벽을 지나는데 거기에 왼팔이 없고 가면을 쓴 사람이 큰 숫자가 쓰여진 옷을 주며 대기하라고 한다. 그러게 열댓명이 모이자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거기에는 배우도 있었고 선배도 있었으며 전 여자친구(...)도 있었다.
중고차를 팔았었나, 소금을 만들었었나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꿈 속에서 한 달 정도 일하고 나서 어찌저찌 탈출할 기회를 만들었다.
본래 여기를 출입할 때에는 주사를 맞고 내부에서의 기억을 모두 지운 채 돈만 가지고 나간다. 그러다보니 밖에서는 쉽게 돈 벌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다. 실제 내부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지만(뭐가 끔찍했는 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위병소같은 차단벽에서 주사를 맞으려는 찰나, 얼굴이 시체썩은듯 초록색으로 물든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특이하게 머리도 반쯤 벗겨지고 회색 수염이 덥수룩 했다. 현장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는 얘네는 아까 주사 내가 맞혔다며 그대로 돌려보내주고 탈출하던 동료들은 기억을 잃은 연기를 하며 비행기로 향했다. 비행기로 오는 순간, 모두가 반쯤 미쳐있었고 고속도로 앞에서 다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마주했는데 역시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절대 가면 안된다고 말려도 오히려 우릴 미친 사람 취급하며 비행기에 오르는 지인들을 끝으로 꿈에서 깨어났다.
왜 자꾸 이따위 개꿈만 꾸는 지 화가 났다. 무언가 속박당하는 꿈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수도 없이 꾸었기 때문에 지금도 몸서리치듯 거부감이 든다.
어쩌면 내 마음의 벽이 그만큼 두터워지고 내 심리적 부담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 중 단기간에 성과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카테고리라면 아무래도 정부지원사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부지원사업을 하기 싫어하는데 어쩌다보니 밖에선 전문가 취급이다. 작년이야 쉬는 데 집중하느라 당연히 별로 못했다 생각이 드는데 올해는 신경을 썼음에도 영 별로다. 아무리 사업이 괜찮고 서포트를 잘해줘도 사업의 대상인 중소기업이 하기 싫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IT산업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잘 돌아가야한다. 그래야 일의 편의를 위해 이것 저것 서비스를 도입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 저것 도입한 기업에 컨설팅이 이루어져야 소위 말하는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경기가 안좋다보니 이미 있는 것도 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지원사업은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 이렇게 안풀리는 일 때문에 이런 꿈을 꾼걸까.
속박당하는 꿈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