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지방에 가서 고객들을 만나다보면 자수성가하신 분들이 참 많다.
대부분 현재 6-70대의 대표님들인데, 이 분들은 정말 맨주먹 하나로 일어나 창업부터 경영까지 하나의 '나라'를 만들어오신 분들이다.
시골 작은 철물점에서 시작해 천억 원의 매출을 만든 대표님도 계시고
시다로 시작해 공장 7개를 거느린 회사를 운영중인 대표님들도 계시다.
이 분들은 가방끈은 짧지라도 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통찰과 감각으로 회사를 일궈왔고 어느새 인생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만나본 대표님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하나 있다. 아들에게 승계하고 싶은데 아들은 이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거나, 어떻게든 자기가 승계받기 위해 자식들이 싸운다는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승계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인데 문제는 대표님들의 눈에 차지 않는 경우이다.
자수성가하신 대표님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하였기에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특수 대학원 등을 통해 학력을 어떻게든 보태고자 하신다. 그 일환으로 아들이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면 수 억원을 들여 해외로 유학을 보낸다. 그럴싸한 학교와 전공을 받게 하고 자신이 사회에서 느꼈던 불평등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음이라.
그런데 외국물까지 먹고 온 아들과 말이 더 안통하기 시작한다. 대표님들은 기름밥 먹어가며, 지문 닳아가며 일생을 일궈온 방식이 있는데 나름 공부를 한 아들들 눈에는 아주 옛날 방식 그 자체다. 결국 여러 문제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아예 가업과 멀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역사 속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견훤의 사례일 것이다. 견훤은 창을 베개삼고 갑옷을 이불삼아 도적을 퇴치하며 공을 세웠다. 그는 끓어오르는 야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남해 일대를 정복하고 892년 스스로 왕을 자칭한다. 이후 옛 백제 영토 대부분을 손에 넣은 그는 900년 후백제를 건국하기에 이른다. 그는 일평생 내내 전투에서 직접 싸웠고 가히 후삼국의 패왕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수성가한 그의 마음에 유약해보이는 맏아들 신검은 탐탁치 않았나보다. 드라마에선 야심가로 나오는 신검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유약하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닮아 용맹하고 총명했던 넷째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주고자 하였고 결국 그 결과는 후백제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그 외에도 자수성가한 사람이 완벽하게 승계를 일궈낸 일은 드물다. 당장 20년 전에도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도 넓게 볼 때 이런 경위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주성가하신 분들을 보면 나이가 70, 80에 달하였어도 눈에서 광채가 나고 말에서 힘이 가득하다. 하지만 본인의 손으로 일군 성공의 빛만큼이나 그늘은 짙어진다. 오늘도 지방에서 수많은 중소 제조업들이 주인을 잃은 채 팔려나가고 있다. 빛과 그림자 속, 중소 제조업의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