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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부리지마

2024.06

by 만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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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쯤, KBS에서 배우 최민수가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갱생프로젝트를 하는 '품행제로'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소위 '일진'들을 갱생한다는 의미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고 배우 최민수의 여러 면이 새롭게 부각되어 지금의 캐릭터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방독면 없이 화생방을 버틴다든지, 출연자들의 비행에 화를 내는 모습 등으로 최민수는 일약 제 2의 전성기를 여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짤 중 하나가 바로 화면에 나오는 짤이다.

그런데 요 근래 많은 스타트업들을 보며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나의 경력도 일천하고 누굴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기도 하다.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산업 최전선의 선봉으로서 피칠갑을 하는 분들보다 훨씬 부족하다.

그런데 요사이 소위 '판교 사투리'라는 모습으로 조롱되는 모습이 있다. 작년까지 판교 사투리는 개발자들의 언어라는 느낌이 더 많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판교 사투리는 '스타트업 재직자들이 있어보이게 사용하는 언어 습관' 정도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해당 용어들이 그들의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자연스레 익숙한 면이 더 크다.

그런데 그건 회사 안에서의 얘기다. 브런치가 되었든 링크드인이 되었든 페이스북이나 미팅이 되었건 고객을 상대로, 혹은 외부 인사를 상대로 회사 안의 단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하다.

만약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하며 소위 말하는 '판교 사투리'로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은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투자자나 고객이 해당 용어를 잘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무슨 얘길 하는거지? 생각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 안좋은 경우에는 '꼴값떨고있네'라고 평가절하할 지도 모른다.

글쟁이들에게 천년동안 통용되는 오랜 법칙중 하나는 글을 쉽게 쓸수록 잘쓴다는 법칙이다. 쉽게 읽히며, 쉽게 이해되며 그 안에서 통찰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바로 전문가다. 정치인 중에서는 홍준표와 유시민이 그렇다. 쉽고 투박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핵심을 짚는다.

대중앞에 서는 사람도 이와 같아야 한다. 고객이 못알아먹을 단어를 말하는 것은 고객을 조롱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신들의 언어로 서비스를 정의하지 말자, 고객의 언어로 정의해도 될까말까한게 비즈니스다.

고객이 30년 기름밥 먹은 제조업 반장님이라면 제조업의 단어로 이야기하는게 맞다. 고객은 유치원생이기도 하지만 교수님이기도 하다.

회사 안에서는 소위 판교 사투리가 편할 지도 모른다. 다만 그게 아무리 편해도 대체할 좋은 말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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