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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보내지 못한 메일

by 만숑의 직장생활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은 두 가지 종류다. 첫째는 남을 설득할 생각이 없는 사람,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쉬운 글로 표현해야 한다. 둘째는 사기 치려는 사람, 뭔지 모르지만 있어 보여야 하니까" - 유시민 작가


아무개 과장님께,


지난번에 보내주신 보고서 잘 받아 보았습니다. 다 좋은데, 제가 배경 지식이 없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몇 군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몇 가지 수정을 부탁드리니 확인하시고 회신 부탁드립니다.


1. 제가 잘 모르는 전문 용어나 축약 단어가 많이 있어서, 일부는 단어 의미를 직접 찾아봐야 합니다. 굳이 불필요하게 쓰인 전문 용어나 함축된 의미의 단어들은 쉬운 말로 풀어써주세요.


2. 핵심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부가적인 정보나 제가 굳이 몰라도 될 정보라고 생각하시는 내용들은 과감하게 생략하시거나 혹은 맨 뒤 참고 자료로 빼주세요.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건 이해하겠는데, 깨알 같이 빼곡히 적어 놓으시면 현기증이 나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습니다.


3. 문장들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막 적지 마시고, 두세 번 읽으시면서 최대한 단문으로 간결하게 적어주세요.


4. 모든 문장은 두괄식으로 작성해 주세요. 일단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지 알아야, 문장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5. 육하원칙에 맞게 작성 부탁드립니다. 육하원칙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읽는 사람은 구조화된 이해가 어렵습니다.


6. 자료, 인용 부분에 대한 출처는 정확히 남겨 주세요. 어떠한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입니다. 혹시 문의 있으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부탁드립니다 :)


p.s 그래서 저는 뭘 하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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