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일할까? 단순히 돈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너무 실망스럽고, 소명 의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귀하다. 직업을 갖는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심리학자이자 문화 비평가 조던 피터슨의 '삶의 의미'와 관련한 강연 내용을 재구성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고, 쉽게 상처받으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으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삶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책임'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해서 등에 짊어져야 한다. 어떤 짐을 들어 올려야 할지 스스로 찾아내야 하고, 들어 올리겠다는 단호한 결정을 해야 한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고 있어야, 역설적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일까? 자기 삶을 바칠 만큼의 가치가 있는 목표를 정하지 못하면, 영원한 피터팬으로 남게 된다. 삶의 의미나 고귀한 책임의식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충동적 욕망과 저급한 쾌락뿐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책임'보다 '권리'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에서 '책임'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짐을 짊어질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된다면,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자기 삶이 쓸모없고 의미 없다는 걸 깨닫게 되어, 결국 자기혐오와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돈,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술, 마약에 빠지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해 '책임에 굶주려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짐을 나르는 동물 같은 존재라서 무거운 짐을 끌어야만 한다. 만약 아무런 짐도 짊어지지 않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썰매 없는 썰매개들처럼, 지루해져서 자기 다리부터 물어뜯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짐을 선택하여 짊어질 것인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만, 대원칙은 존재한다. '본인에게 좋아야 하고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며,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어떤 짐을 짊어질지 결정한 사람은 그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연마하고, 직업을 정하고, 배우자를 만나고, 자녀를 갖고 하는 우리 삶의 선택들. 우리는 살아가며 사실 알게 모르게 무거운 짐들을 하나씩 우리의 등에 짊어나가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하는 것도, 그러한 '짐'을 짊어지는 '책임 의식'이다. 일부 실업자나 퇴직자들이 직장을 잃어버리면, 본인들의 인생이 끝장난 듯 의욕이 없어지고, 몸은 아프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책임 의식의 부재다. 내가 직업을 갖고 일한다는 것은 나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조직,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갖게 하여 내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의욕이 없거나, 무의미한 삶을 살아간다고 느껴진다면, 어쩌면 그 이유는 '더 많은 권리'를 못 가져서가 아니라, '더 많은 책임'을 지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삶의 의미는 '책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