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부서라는 곳은 늘 흔들린다. 어제까지 추진하던 아이템이 오늘은 사라지고, 내일이면 또 다른 프로젝트가 생겨난다. 체계라 부를 만한 것도 딱히 없다. 정답이 없는 영역에서 답을 찾아야 하니, 불안정은 일종의 기본값이다.
그런데 똑같은 현실을 두고도, 사람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어느 날, 김 과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에 또 조직 개편 난다던데요. 아이템도 다시 시작해야 한대요. 이렇게 체계 없는 조직은 진짜 답답하네요.”
그리고는 정 팀장 이야기도 꺼냈다.
“솔직히, 팀장이면 방향을 잡아야죠. 매번 의견만 듣고 결정을 못 하니 밑에 사람만 고생하는 거잖아요.”
다음 날,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 이 과장은 오히려 눈빛이 반짝였다.
“조직에서 이것저것 시도하는 거, 저는 좋은 것 같아요. A 산업군 조사했다가, B 산업군도 보고… 이렇게 다양한 경험 어디서 해보겠어요?"
정 팀장에 대한 평도 달랐다.
“회의할 때 보면, 팀원 의견을 꼼꼼히 적어두시더라고요. 이번에도 박 대리 말 듣고 본인이 직접 확인해보신다던데요. 그런 태도 때문에 다들 신뢰하는 것 같아요.”
같은 조직, 같은 팀장. 그런데 어떤 이에게는 ‘답답한 사람’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경청하는 리더’가 된다.
체계 없는 조직은 ‘혼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탐색의 기회’이기도 하다. 결국 달라지는 건 사람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돌아보면 아버지가 늘 하시던 농담 같은 말씀이 떠오른다.
“만숑아, 네 엄마랑 살아보니까, 연애할 때 보였던 장점이 결혼하니까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더라. 사람은 그대로인데, 네가 어떻게 보느냐가 다르더라.”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는 순간.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바라보는 눈에 따라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