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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직장에서 "일" 잘하는 핵심

by 만숑의 직장생활

영업, 구매, 생산, 재무... 맡은 업무는 제각각이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도대체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 머리가 좋아야 할까, 성실해야 할까, 아니면 말발이나 눈치가 있어야 할까.

내가 내린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남을 이해시키는 능력.

회사라는 건 이미 큰 틀의 시스템 속에서 움직인다. 매뉴얼과 프로세스, 보고 체계가 다 갖춰져 있다 보니, 기본적인 업무는 누구든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연차가 올라가면, 업무 처리 능력은 대부분 큰 차이가 없다. 보고서 작성, 일정 관리, 협업 대응… 다들 웬만큼은 해낸다. 그래서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힘’만으로는 두각을 드러내기 어렵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 똑같이 보고서를 써도, 똑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저 사람은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바로 자기 일을 남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에서 갈린다.

문제는, 내가 하는 일은 나만 자세히 안다는 데 있다. 같은 팀 동료조차 내 업무의 디테일을 다 알지 못한다. 다른 부서 사람들은 더더욱 관심이 없다. 상사도 마찬가지다.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걸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면 내 노력은 빛을 발하기 어렵다.

보고서나 발표 자리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 있다. 현란한 그래프, 전문 용어, 빽빽한 글자. 화려해 보이지만 정작 읽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설명을 듣고 나면 머릿속이 오히려 복잡해지고, “그래서 요지가 뭔데?”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발표자가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 듣는 사람이 알고 싶은 걸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팀원에게는 지금 당장 필요한 정보를 짚어주고, 팀장에게는 상위 보고에 필요한 메시지를 정리해 준다. 임원에게 보고할 때는 “이 일이 회사의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보여준다. 똑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듣는 사람의 자리와 필요에 맞게 풀어내는 순간 일이 술술 풀린다.

생각해 보면 직장생활이란 끊임없는 이해시키기의 과정이다. 협업을 설득하고, 상사를 설득하고, 때로는 고객까지 설득한다. 일이 꼬이는 이유도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왜 저 사람은 내 말을 못 알아듣지?”라는 불만 뒤에는, 사실 “내가 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을 잘하고 싶다면 자기 업무 능력만 갈고닦는 걸로는 부족하다. 상대가 어떻게 들어야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잘 말했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쉽게 이해했느냐다. 이 기준이 바뀌면 보고서의 문장 하나, 회의에서 던지는 설명 한 줄이 달라진다.

결국 직장생활은 내가 맡은 일을 끝없이 타인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평가한다. “저 사람은 같이 일하면 편하다.” 이것이야말로 직장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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