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에서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 나는 그 답을 “남을 잘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가장 큰 비밀은 바로 '구조화'다.
구조화라고 하면 거창한 프레임워크나 컨설팅 기법을 떠올리기 쉽다. 인터넷에 보면 수많은 자료들이 있고, 화려한 다이어그램이 넘쳐나지만, 막상 읽어 보면 실무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경험한 구조화는 그런 복잡한 틀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단순하다. 스토리텔링처럼 맥락을 만들어주는 것.
사람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라는 게 본질적으로 스토리 구성 과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게 왜 필요하지? 어디에 연결되지?”를 묻는다. 조각난 정보로는 이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후 맥락이 없는 결론이나 데이터만 던져주면, 듣는 사람은 혼자 이야기를 재구성하다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해 버리기도 한다. 결국 화자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해석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그렇다. 회의에서 누군가 “이 안건은 이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라고 단정한다. 그런데 왜 그 결론이 나왔는지, 어떤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건지는 빠져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은 다른 전제 위에서 자기만의 결론을 꺼내 놓는다. 결론끼리 부딪히니 토론은 겉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다”라고 구조화된 이야기를 풀어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로의 의견이 엇갈린다면, 적어도 과정 중 어디서 해석이 달랐는지를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화는 거창한 프로젝트나 전략 수립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작은 보고서 하나, 짧은 인수인계, 회의 자리의 한 마디까지도 구조화가 필요하다. 핵심은 상대가 내 말을 자기 이야기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이해시키는 힘이고, 일을 잘한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좋은 컨설턴트들이 돋보이는 이유도 같다. 그들은 복잡한 사안을 구조화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능숙하다. 그래서 어떤 영역,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돼도 빠르게 성과를 낸다. 그 능력은 단순한 지식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구조화와 논리적 사고를 훈련해 온 결과다.
결국 정리하면 이렇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남을 잘 이해시키는 사람이고, 남을 잘 이해시키는 사람은 구조화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구조화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모든 직장인이 일상에서 훈련해야 할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