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팀장이 누구냐에 따라, 같은 팀이 전혀 다른 팀이 된다는 사실을. 같은 업무, 같은 목표를 두고도 팀장의 태도와 리더십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성과도 달라진다.
리더십을 설명할 때 종종 조선 시대 두 왕이 비교된다. 세조와 세종.
세조는 전형적인 지휘관형 리더였다. 직접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은 그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명확하고 빠르다. 대신 팀원들에게 요구되는 건 ‘충실한 팔로워’다.
세종은 달랐다. 그는 한 발 뒤에 물러서서, 집현전 학자들이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었다. 큰 틀만 제시하고, 세부는 맡겨둔다. 덕분에 팀원들은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흔히 교과서적 답은 이렇다.
“좋은 리더는 상황에 따라 세조가 되기도, 세종이 되기도 한다.”
일명 '상황적 리더십'. 듣기에 그럴듯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경험해보면 꼭 그렇게만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세조형 팀장도 경험했고, 세종형 팀장도 경험했다.
재밌는 건, 두 스타일 모두 좋을 때도 있었고, 별로일 때도 있었다는 점이다. 세조형이라고 늘 권위적이지 않았고, 세종형이라고 늘 이상적인 자율을 준 것도 아니었다.
다시 말해, 리더십 스타일만으로 팀장의 성패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곰곰이 돌아보니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사람이 좋으면 그냥 좋은 거고, 사람이 싫으면 그냥 싫은 거다."
우리가 회사에 모인 목적은 일이다. 하지만 일을 만드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아무리 똑똑한 전략과 훌륭한 구조가 있어도, 팀장이 인간적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면 팀은 삐걱댄다. 반대로 조금 서툰 방식이라도,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믿을 만하다면 팀원들은 기꺼이 따라간다.
내가 본 최고의 팀들은 늘 같았다. 성과가 좋아서 관계가 좋아진 게 아니라, 관계가 좋아서 성과가 따라왔다. 신뢰가 있고, 존중이 있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팀원들은 자발적으로 몰입했고, 그 결과 성과도 따라왔다.
그래서 팀장에게 필요한 첫 번째 고민은 “나는 세조형일까, 세종형일까”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할 수 있을까”도 그다지 본질적인 질문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거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좋은 사람은 팀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공정함으로 대하고, 인간적 온기를 전한다. 이런 리더에게는 어떤 리더십 스타일이든 설득력이 붙는다.
결국 팀장은 리더십 이론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사람으로서 얼마나 신뢰를 주는가, 그것이 리더십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