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마지막 학년 여름 방학 때, 나는 우연찮은 기회로 싱가포르에 있는 한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 자리를 얻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이기도 했고, 보통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정직원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기뻤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턴 생활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사실상 이 기회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절실하게 일했던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3개월의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기 일주일 전. 내가 소속되어 일했던 프로젝트 담당 팀장님이 마지막으로 밥이나 같이 먹자고 나를 따로 불렀다. 3개월 동안 한 번도 단 둘이서 식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점심시간이 되기 1시간 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어땠냐, 재밌었냐, 많이 배웠냐 등의 일상적인 질문들이 몇 번 있었고, 식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드디어 팀장님이 내가 3개월 동안 그렇게 기다리던 말을 꺼내셨다. (영어로 대화하였으나 편의상 한국어로 번역)
"만숑, 그래서 네가 지금 마지막 학기지? 그럼 넌 졸업하고 어떻게 할 거야? 무슨 계획이 있어?"
두근.
"글쎄요... 일단은 돌아가서 마지막 학기 다니면서, 여기저기 이력서 써 보려고요. 현재 계획은 딱히 없습니다"
"그래. 그럼 졸업하고 컨설팅은 어때? 우리 회사도 지원할 생각이 있어?"
두근. 너무 티 내면 좀 없어 보이니까, 에둘러서 얘기해야겠다.
"여기도 좋죠. 그런데 일단은 특정 한 회사로 제한하지 않고, 웬만한 곳은 다 지원해 보려고요"
고개를 끄덕이시는 팀장님. 마지막 남은 음식을 끝내시며 자리를 일어나신다. 나도 동시에 같이 일어났다.
'내가 충분히 어필을 한 건가? 이 회사도 좋다고 얘기했으니 알아들으셨겠지?"
인턴 생활이 끝난 후, 학교로 돌아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의 오퍼를 기다리며 하루에도 여러 번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 회사에 다녀보니, '이 정도면 저 사람은 알아들었겠지'만큼 순진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직장 상사나 동료들은 나의 비언어적 표현이나 행간 의미를 세심하게 살펴줄 만큼 관심이 많지 않으며, 직장에서 그런 걸 바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철 없는 어리광일지도 모른다. 내가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른다. 표현하자. 표현은 공손하게, 하지만 목적은 분명하게.
"만숑, 그래서 네가 지금 마지막 학기지? 그럼 넌 졸업하고 어떻게 할 거야? 무슨 계획이 있어?"
"저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늘 목표였고, 비록 3개월뿐이지만, 너무 좋은 선배님들과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졸업 후에 이 회사, 이 팀과 같이 일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꼭 이 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