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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숑의 직장생활 Aug 19. 2023

[3화] 직장 생활하면서 목표가 뭐야?

'만숑은 직장 생활하면서 목표가 뭐야?'


직장 내 후배들이 김상무님한테 붙여준 별명은 '김상무의 사관학교'. 가끔씩 술자리나 개인 면담 시간이 생기면,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교훈을 남겨주려고 하셔서 생긴 별명이다 (본인도 해당 별명을 알고 있고 왠지 모르게 즐기시는 느낌이다). 그 사관학교에서도 유명한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너의 직장 생활 목표는 무엇이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던 질문이기 때문에, 해당 질문과 답변, 그리고 이후에 따라오는 대화 흐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빅데이터가 쌓인 상태이고, 상무님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내용을 알고 있다. 대화의 흐름은 대략 아래와 같다.


'만숑은 직장 생활하면서 목표가 뭐야?'


'저는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들 열심히 하고, 선배님들한테도 많이 배워서, 나중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PM의 역량을 기르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해서, 임원이 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나중에 후배들한테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업무 역량을 기르고 싶습니다'


등등... 일단 대답의 핵심은 상무님이 본인은 이미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사실 (ex. PM, 임원, 역량 등)을 기반으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이후 대화는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그러면 어떤 걸 지금부터 준비해야겠어? 임원이 되려면 일단은 뭐가 필요하고, 저게 필요하고...'

'네, 알겠습니다 상무님!'


이상, 아름다운 마무리.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매니저가 입사하여 환영식 겸  회식 자리를 갖게 되었다. 상무님께서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새로운 매니저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건네시다가, 의례 그렇듯 같은 질문을 던지셨다.


"박매니저는 직장 생활하면서 목표가 뭐야?"

"저요? 저는..."


다들 대수롭지 않게 고기를 굽고 있었다.


"저는 빨리 돈 벌어서 건물주 되는 게 목표입니다"

"... 응?"


일동 당황. 누군가가 풋하고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고, 특히 기존 레퍼토리와 어긋난 상황에 당황해하는 상무님의 표정은 압권.


"회사에서 승진이나 임원 같은 건 생각 없어?"

"뭐, 승진이나 임원 시켜주면 좋죠. 그런데 그게 저의 목표냐고 물어보면, 딱히 그런 생각은 없어요. 일 하다 보면 그런 것들은 따라오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죠. 저는 그런 것보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잘 굴려서 나중에 조그마한 건물 하나 사고 싶어요. 물론 아직은 꿈이죠 하하"


상무님은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신 후, 씁쓸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도 되고 싶다,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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