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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Oct 02. 2024

주정부 승인과 연방 인비테이션

24. 영주권 승인 전 차량 리스하기

2017년 4월 5일 주정부 인비테이션을 받은 나는 4월 말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7월 27일, 주정부로부터 추가 서류 요청이 왔다. 주어진 시간은 2주였다.


추가로 출해야 할 서류는

- 한국에서의 고용을 증명할 각 회사의 고용 확인 서류,

- 현재 캐나다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급여내역서,

- 캐나다 근무기간 동안 은행 계좌의 거래내역서였다.


가게에 급여 내역을 요청해 두고 한국에서 근무했던 회사에 연락해 서류를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두 번째 컨벤션 회사가 폐업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음 아프게 나오게 됐지만 회사가 망했다니 기분이 씁쓸했다. 다행히 연락을 유지하고 있던 선임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일주일 만에 모두 서류 준비를 해주셨다.


은행 서류도 시간이 걸렸다. 이민부들어가는 은행 서류는 창구에서 바로 발급이 되지 않았다. 발급 절차가 달랐고 수수료도 있었다. 내 거래 은행은 이민부 서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신청 후 얼마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를 해주었다. 서류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가니 장기간에 걸친 모든 계좌의 거래내역과 잔고증명이 스탬프가 찍힌 채 준비되어 있었다. 양이 상당히 되었다.


은행 자료를 포함해 급여내역서와 한국에서 도착한 서류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8월 7일 오전, 요청받은 추가 서류를 내 케이스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인 8월 8일, BC PNP로부터 최종 승인 레터가 왔다. 인비테이션을 받고 4개월 만의 일이다. 쁨도 잠시, 인 레터를 받은 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EEBC를 통해 이민을 하기로 결정한 첫 번째 이유는 숙련이민(Skilled Worker) 카테고리가 연방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숙련이민 카테고리가 있는 BC 주정부 단독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당시 EEBC가 8개월이었던 반면 BC PNP는 2년 가까이 걸렸다.

BC PNP와 연방 EE는 개별적인 채점방식을 갖고 있다. BC PNP 채점 기준으로 나는 점수를 상회했지만 연방에서는 점수가 모자랐다. 최종 결정을 하는 연방 인비테이션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점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과정을 상담하며 가이드를 해준 곳은 나를 가게에 소개해 준 이주공사였다. 이주공사 말로는 이민정책이 바뀌면서 LMIA를 받아야 추가점수 600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컬리지를 졸업하고 받은 3년짜리 오픈 워크 퍼밋이 있었지만 LMIA 비자를 다시 받아야 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랜딩 1년 후, 캐나다 공무원에 랜딩하다 1》, <08화 국경에서 비자받던 날> 편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BC PNP 승인 레터


승인 레터에서 보여주듯 그 600점은 BC PNP 승인이 되면 나오는 점수였다. 결론은, 오픈 퍼밋이 던 나는 LMIA 비자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었고, 이주공사에 4천 불이라는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됐으며, 그 비자를 받기 위해 1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됐을 뿐만 아니라, 공황장애 같은 일은 겪지 않을 수도 있던 일이었다.

더구나 이주공사와 한 계약과 다르게 내가 받은 LMIA 비자는 2년이 아닌 1년짜리였다. 이주공사는 실수였다고 했지만 승인 레터를 보고 나니 비자 만료 전 재신청을 기대했을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날 밤 400점 안팎이던 내 연방 EE 계정에 BC PNP 승인을 업데이트하니 600점이 바로 올라갔다. 당시 연방 추첨 점수가 450점 정도였기 때문에 1,000점이 된 나는 추첨만 있으면 무조건 연방 인비테이션을 받을 수 있는 점수가 됐다.


일이 진행될 때는 시간이 이렇게도 맞아떨어진다. 추가서류를 보내고 하루 만에 주정부 승인이 났고 다음날은 연방 추첨이 있는 수요일이다. 추첨이 매주 있는 게 아니어서 추첨만 있어준다면 이주공사에 대한 화를 털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맙게도 다음 날 연방 추첨이 있었다. 이변 없이 인비테이션을 받았. BC PNP를 거치며 필요한 자료들을 이미 제출한 나는 특별한 서류 없이 올라간 정보들이 맞는지만 최종 확인한 후 연방 신청서를 바로 제출했다. 당시 EEBC 연방 소요 기간은 4주였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영주권을 받고도 얼마간은 일을 더 할 수도 있다 생각했다. 영주권을 받자마자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받고 소위 '노예생활'을 청산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고용주가 있는 곳을 향해서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도 영주권을 받도록 지원해 준 고용주인데 그렇게까지 차갑게 돌아설 필요가 있나 하는 마음이었다. 겪어보니 남일에 왈가왈부할 게 아니었다. 멋모르고 하니 한 번은 하지만 두 번은 못할 것 같았다.


그만두는 시기가 문제일 뿐 나는 영주권을 받고 일을 쉬어야 했다. 그때까지 양손에 보호대를 차고 손가락 마디마다 테이핑을 한 채 일을 해 온 터라 통증이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었고 양치질을 하기도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양쪽 발목도 악화돼 발목 보호대까지 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영주권 이후를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차를 리스하기로 했다. 현금 구매가 아닌 이상 소득이 없어지면 차량 리스나 할부불가능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차가 없으니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이 넓은 땅에서 기동성은 필요했다.


주변에서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소득이 없어지는데 왜 차를 사?"

"소득이 없어질 거니까 소득이 있을 때 사는 거지."

"그러니까. 일을 안 할 건데 차가 왜 필요해?"

"다른 일을 찾아야 하니까 차가 필요한 거지."


몇 가 모델을 정해둔 후 방문 상담을 했다. 내 법적 지위가 발목을 잡았다. 방문하는 곳마다 아직 영주권 최종 승인이 난 게 아니어서 리스를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혼다를 찾아갔다. 일말의 가능성이 보이자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서류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본다.

주정부 승인을 받고 연방에 서류가 접수됐다는 증명자료와 나의 수입을 보여주는 급여명세서, 그리고 수입에서 월세와 생활비를 제하고도 차량 리스비를 낼 여유자금이 있다는 걸 확인해 주기 위해 계좌잔고증명을 한 후 리스 승인이 났다.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신차 출고가 시작된 시기라 나는 당해연도 생산차량을 정리하는 Clearance Sale 기간의 할인혜택을 받고 이자 0.99% 캐나다의 국민차 시빅(Civic)을 나의 첫 차로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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