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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쉐친구들 Apr 10. 2020

지역민들의 삶을 건강하게!
그로잉 커뮤니티즈 파머스마켓

[마르쉐 영국연수기_10]

*2019년 8월에 다녀온 영국 연수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이번에는 LFM(London Farmers' Markets) 소속이 아닌 파머스마켓 방문기 첫번째이다!  


그로잉 커뮤니티즈 파머스마켓 Growing Communities Farmers’ Market, 줄여서 GC마켓은 영국 최초이자 유일하게 전품목 유기농 내지는 바이오다이나믹 농산물을 판매하는 파머스마켓이다. 2016년 설립되어 지속가능한 먹거리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런던 해크니Hackney 지역 기반 비영리 시민단체 그로잉 커뮤니티즈 Growing Communities(이하 GC)에서 운영하는 마켓으로, GC는 “유기농산물의 유통비용을 낮추고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럽의 '푸드 어셈블리 Food Assembly'와 유사한 농산물 꾸러미 선주문 및 거점 수령 시스템인 '베지 스킴 Veg Scheme'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여년 전에 줄리 브라운Julie Brown과 친구들이 버킹엄셔Buckinghamshire의 한 농장과 30가구의 소비자 가족을 연결하여 채소 꾸러미를 보내는 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Scheme,  지역 사회 지원 농업 제도)를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다. 꾸러미를 받는 가족들이 농장을 방문하고 같이 수확하는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1997년에는 해크니 지역 안 빈 땅에 유기농 채소텃밭을 만들었고 이후 이곳 저곳으로 농장을 넓혀갔다. 



현재 Hackney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도시농장을 8군데 운영하며, 도시농장의 채소와 마켓에 나오는 유기 농가들의 생산물을 바탕으로 Veg Scheme을 운영한다. 이는 농장에서 배송된 채소꾸러미Veg bag를 해크니 지역과 인근 지역의 지정된 장소로 전달하면 회원들이 각 장소로 가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유기농가들이 안정적으로 농업을 지속할 수 있고, 좋은 먹거리의 지역 확산을 위해 서스테인에서 언급했던 저소득층 대상 좋은 먹거리 복지 정책인 Healthy Start 바우처 등을 받으며, 회원들이 휴가 등을 이유로 찾아가지 못하는 채소꾸러미Veg bag는 지역의 지역 홈리스 센터, 난민보호센터,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1999년에는 현재의 사무실을 얻어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고, 2003년에 사무실 옆에서 시작한 GC마켓이 규모가 커지면서 2011년부터는 지금의 세인트폴 교회 St Paul 's Church 마당으로 이동하여 매주 토요일 10:00~14:30에 열리고 있다. 



마켓에는 인증 받은 유기농가만 참여하며, 출점 농가는 마켓 주변 70마일 이내의 소규모 로컬 유기농가를 우선적으로 받는다. 마켓에서 판매하는 요리나 가공품은 출점 농가의 농산물을 쓰거나 유기농 혹은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은 식재료만 써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 GMO 생산물이 포함된 것도 판매할 수 없고, 제빵팀은 영국산 유기농 밀을 쓰는 지역 기반 소규모 베이커들만 출점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LFM 소속 파머스마켓에서도 보았던 HOOK & SON 농장의 농부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눈 스티브 Steve Hook 는 아들 농부로, 250년 넘게 이어온 농장을 아버지와 함께 운영중이다. 철저한 위생관리 아래 살균하지 않은 소젖을 바로 짜넣어 유익균을 보존하는 생우유 Raw milk를 판매하고 있는데, 6년 전에 제작되어 멜버른 선댄스영화제에도 초대된 다큐 영화 The moo man ( http://www.the-mooman.co.uk/ )에 농가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농부님이 다큐를 찾아보라고 해서 나중에 찾아봤는데, 한글 자막은... 없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눈 스티브를 주인공으로 아름다운 농장과 소들이 나오는데, 아마 내용도 좋겠지…  



스티브는 2008년에 런던 푸드박람회 참여 후, 이후에 다시 소개할 버로우마켓 Borough market에도 참여하며 런던의 생우유 수요를 확인하고 판매해왔다고 한다. 파머스마켓, 직접배달, 온라인판매 세 가지 형태로 판매 중인데 4번째 판로로 팜샵을 만들려고 계획중이라고. 제로웨이스트 방식으로, 벌크용기에 담아놓고 손님들이 직접 가져온 용기에 덜어가는 방식으로 팔려고 구상중이라는데, 당일에도 간단한 냉장 벌크 용기를 이용해서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우유를 담아가도록 판매하고 있었다. 텀블러에 담아서 맛 본 생우유의 맛은 신선하고 고소하고 깔끔했다.  

 


인상적인 것은, 다른 마켓에는 농장 고용자가 많이 가지만, 이 GC마켓에는 무조건 농장주인 스티브 본인 혹은 아버지 농부가 직접 참여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선 참여하고 있는 모든 마켓 중 가장 중요하고 잘되는 곳이기 때문인데, 버로우마켓에서 8시간 판매한 매출보다 이곳에서 4시간 판매한 매출이 2배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 지역민들이 많이 오는 곳이고, 운영하는 단체의 취지도 좋고 이 마켓 자체가 비즈니스 사업체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참여하고 있다고. 이처럼 농부들이 마켓에 참여하는 이유는 단지 매출만은 아니다. 매출 이외의 이유들이 농부시장의 의의와도 연결이 된다. 그리고 소비자도 마찬가지로 단지 구매를 위해서만이 아닌, 점점 더 다양한 이유로 시장을 찾고 있다.



실제 GC마켓의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절반에 가까운 소비자가 매주 정기적으로 장을 보러오는데 방문 이유는 ‘먹거리의 맛과 품질이 뛰어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유기농산물 구매’, ‘지역농산물 구매’, ‘불필요한 포장이 없는 농산물 구입’ 순이라고 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GC마켓에서 장을 보면서 ‘제철에 따라 먹게 되고’,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채소 소비가 늘어나고’, ‘고기를 덜 먹게 되고’, ‘버리는 음식물이 줄었다’고 한다. 마르쉐도 2018년에 진행했던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마르쉐 농부시장에 오는 주요 목적이 ‘제철에 따른 맛있는 먹거리 구매’가 1위였고 ‘생산자와의 직접 만남을 통한 먹거리 구매’‘건전한 가치의 참여 및 공유’가 근소한 차이로 2,3위 였다. 이러한 결과가 여전히 농부시장을 농부의 매출 증대만을 위한 상행위의 연장으로서 파악하고 있는 일각의 관점을 넓혀줄 수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것은, GC가 자리한 해크니 지역은 2015년 런던 안에서 4번째로 높은 아동 빈곤 지수를 보일만큼 건강한 먹거리 접근성이 낮은 곳이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GC는 파머스마켓과 베지 스킴 등이 지역 공동체 안에 녹아들어 ‘모두를 위한 유기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을 중대한 목표로 활동하면서 지역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GC마켓은 ‘기후 친화적인 삶, 불필요한 포장 최소화,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 지역 일자리 창출, 공정한 가격’이라는 6가지 핵심가치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이중 마지막의 ‘공정한 가격’이라는 가치는 마르쉐를 포함하여 대부분 농부시장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GC마켓은 유기농산물은 관행농산물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생산과정 등으로 인해 생산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만큼 농산물에 공정한 가격을 매겨 판매함으로써 농부를 포함한 농장의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본다. 가격 때문에 접근 장벽이 생길 수 있는 부분에서는 헬시 스타트 바우처Healthy Start Voucher와 같은 저소득층 먹거리 지원 바우처를 받는 등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유기농산물 마켓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계속 언급되는 이 바우처는 임신 10주 이상이거나 4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저소득층인 경우·18세 미만에 임신한 경우에 제공된다. 상점과 협동조합·청과물가게·슈퍼마켓·약국 등 등록된 상점에서 우유·일반 신선 채소 및 냉동 과일·분유 등을 구입할 수 있고, 무료 비타민도 제공된다.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공식적인 거래처 안에 이러한 파머스마켓이 해당되는 것이다. LFM 소속 파머스마켓들을 만나면서도 나누었던, 먹거리 접근성에 대한 고민의 실마리를 GC마켓에서도 보았다. 


푸드바우처는 먹거리 정의의 실현에 있어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마르쉐는 비영리법인으로서 8년째 농부시장을 운영해오며 안타깝지만 아직도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고, 농부시장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런던의 경우처럼 도시의 먹거리 정책에 주요한 공간으로 농부시장을 포함시키고 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바탕으로 먹거리 정의를 확산시키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일로 보인다. 



이 글을 쓰던 중 3월 3일자 한국농어민신문에서, 오랫동안 먹거리정의 활동을 해온 농부이자 푸드 앤 저스티스 지니스테이블의 대표인 박진희 씨의 칼럼을 읽게 되었다. 글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이 큰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손님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체의 메뉴를 공유하고 사먹는 SNS 운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대구시민들은 먹거리 선택 키워드를 서로에 대한 연대로 작동시켰다. 그리고 어떤 소비가 서로를 살리는 소비가 되는지 분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슬로푸드 운동에서는 음식시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음식시민이란 단순한 먹거리 구매자가 아니라 좋은 음식·깨끗한 음식·정의로운 음식이 생산·가공·유통·소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사회에는 좋은 먹거리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바우처 대상자에 해당되는 취약계층들이다. 그녀는 이 글의 주제인 ‘코로나19가 먹거리에 던지는 질문들’ 중 마지막으로 ‘가난’을 이야기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여러가지 건강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굳이 여러 통계를 나열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신종 바이러스들은 몇 년을 주기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푸드바우처 제도가 신속히 도입되고 국민영양관리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사회적 고민 하나를 줄여낼 수 있다. 각 지역의 푸드 플랜이, 중앙정부의 푸드바우처제도 도입 노력이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덧붙인다. 그 안에 농부시장을 잊지 말아달라고! 



글: 마르쉐친구들 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운영합니다. 

먹거리를 중심에 두고 삶을 연결하는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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