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이거? 몰라, 문 앞에 있던데? 네 것 같아서 들고 왔지. 밑에 이 쪽지도 깔려 있더라."
자존감 이야기나 하자고 이 얘기를 꺼낸 건 아니다.
나는 얼마 후 태우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철로에서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정확히 사고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내가 태우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알 수 없다.
태우의 죽음은 의외로 소리 소문 없이 슬그머니 지나갔다.
비보를 전해주신 엄마가 덧붙여 말하길.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버리는 자식의 장례는 조용히 치르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현과 내가 비교적 늦게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장례는 이미 치른 후였다.
대현과 나는 우리가 만나서 시간을 보냈던 학교 운동장에 피규어를 묻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대현과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우리는 근무지를 따라 지방으로 흩어졌다.
우리는 명절이 되어야 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대현과 술자리를 꼭 가졌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통과의례 마냥 학교에 들른다.
과거에 셋이 모이던 자리에서 잠시 머물기만 한다. 우리는 그렇게 태우를 기억한다.
아직 버리지 못한 태우의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친구야
네가 아끼는 건데 신경 쓰여서 말이야. 진작에 돌려주고 싶더라.
막상 가져보니 나는 책상도 없고, 둘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얘도 폼이 안 나는 거 있지.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고마운 거 알지?
그러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길 바래.
철봉이 있던 자리는 합성수지로 포장되어 우레탄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우리가 어울려 놀던 친숙한 공간은 사라졌고, 벤치가 새롭게 설치되어 있다.
아마 태우도 지금 여기 있었다면, 셋이 앉아 이야기 나누기 딱 좋은 자리라고 말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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