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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낳을 것인가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vs 기타

by 다비드

아내는 출산 한 달 전 시점에 출산휴가에 들어갔고 본격적인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준비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 방법. 옛날에는 분만 계획이랄 것 없이 애가 나오려는 상황에 맞추는 게 대부분이었다지만 요새는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분만 방법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가 대표적이지만 근래에는 능동적 분만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들이 소개되었다.

능동적 분만: 의료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산모와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만 방식으로서 자연주의 분만, 수중분만 등이 있다.

능동적 분만에 대해서는 뉴스 정도로만 들었는데 과학과 현대의학의 신봉자인 나로서는 택하기가 겁이 났다. 이런 데서 능동적이고 싶지 않아. 현대의학에게 온전히 몸을 맡기고 안전하고 고생 없이 후다닥 짠짠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아내도 이 부분은 나와 생각이 같아서 우선 능동적 분만은 패스하기로.


20190330_123734.jpg 저는 쫄보니까요. 잘 부탁드립니다, 현대의학.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에서 일찌감치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자연분만을 하고 싶지. 우리도 마찬가지였는데 분만방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나서는 제왕절개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

자연분만: 산모의 고통이 일시불. 출산 후 회복이 빠름. 배에 흉터 없음.
제왕절개: 산모의 고통이 할부. 출산 후 회복이 힘듦. 배에 흉터 생김. 돌발상황 대처에 유리함.

"돌발상황 대처에 유리하다."라는 게 무엇일까. 아내 친구 중에 산부인과 의사가 있어 많은 자문을 받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수술 일정을 미리 정하기 때문에 장비와 의료진이 준비된 상태에서 분만에 들어간다.(자연분만은 긴급히 진행하는 경우도 많음)
2. 복부를 절개하여 아기를 꺼내는 방식이라 역아, 횡아의 경우 분만 사고의 위험이 적다.

자문해준 아내 친구는 어떤 인연인지 아내와 출산예정일이 3일 차이 나게 같이 임신을 했고 마찬가지로 아들이 나올 예정이라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친구 얘기로는 의사들은 저런 이유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제왕절개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리고 자연분만을 해야 아기에게 유익균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산모들도 많은데, 추후 먹는 방법으로 충분히 보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자연분만을 고집하지는 말고 여의치 않으면 제왕절개를 바로 진행하기로.


20180311_114435.jpg 설악산의 정기를 받아 한방에 가즈아!


주변 육아 선배들에게 들어보니 분만 과정에도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다. (1) 평일 낮 시간에, (2) 양수가 터지는 일 없이 자연 진통이 와서, (3) 담당 의사와 함께, (4) 큰 고생 없이, (5) 10시간 내에 자연 분만을 한 경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이 예시는 내가 출산에 대해 문외한이던 시절 막연히 생각했던 분만 프로세스. 보고 듣고 겪어보니 저 5가지 단계 하나하나가 간단히 넘어가는 게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 중 하나를 예를 들어보면 이렇지 않을까.

예정일 전 새벽에 갑자기 양수가 터졌는데 마침 휴일이라 담당 의사가 아닌 당직 의사가 분만을 담당하게 되었다. 하필 분만실이 만원이라 의료진들도 정신이 없어 제대로 케어를 받지 못하는 상황. 진통이 극심한데 자궁문은 열리지 않고 무통주사도 소용이 없었다. 진통과 씨름하길 24시간이 지나고 산모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급히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다.

충격과 공포의 호러영화(...). 특히 진통으로 10시간이 넘게 고생하다가 결국 제왕절개를 하는 게 가장 걱정. 주변에도 적지 않은 케이스가 있었다. 산모의 고생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출산하기 위해선 어떤 게 가장 나을까. 정답은 없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방침을 정했다.

1. 아기가 너무 크기 전에 낳는다.
2. 일정을 정해서 유도 분만을 한다.
3. 무통주사 등 산모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조치는 다 한다.
4. 심한 진통이 매우 길어지고 자연분만 진행이 더디다면 제왕절개로 전환한다.

이렇게 정하는 과정에서 분만을 진행할 담당 의사와 계속 상의했다. 누가 보면 유난 떠는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처음이라 겁쟁이 쫄보일 수밖에 없었다. 안전과 건강에 대해서는 유난 떠는 게 낫다. 여유롭던 시기를 지나 이제 슬슬 다시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출산 방법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 가는 임신 후반기. 짠짠이를 만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20190224_150031.jpg 완벽한 아빠가 될 준비가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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