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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주의 태아 성장 일기

짠짠이가 자란다

by 다비드

아내와 처음 병원에 가서 짠짠이를 만난 날이 기억난다. 티비 드라마에서나 보던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지다니. 초음파 영상으로 짠짠이를 보고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 게 신기했다. 약 39주 동안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짠짠이. 한 단계 지날 때마다 마음 졸이기도 했지만 매번 초음파 영상을 볼 때마다 뭔가 조금씩 더 성장하는 걸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아내 배 속에서 자라던 짠짠이의 모습을 기록해본다.


성장 즐거움.JPG 안 선생님, 정말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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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짠이 7주 차

7주.

처음 만난 짠짠이의 모습. 조그만 아기집에 콩알같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도 1cm 남짓이니 콩알이나 다름없다. 호주 친구 말마따나 little jelly bean. 이 때는 아기집에 피가 고인 상태라서 유산 위험에 걱정이 많던 시기. 그래도 아빠 엄마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우렁찬 심장소리를 들려주었다.


20181002_182119.jpg 짠짠이 8주 차


8주.

안정기 전까지는 매주, 어떨 때는 1주에 2번씩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유산방지 주사를 처방받았다. 8주가 된 짠짠이는 조금 더 형태가 생겼고 아기집도 조금 더 안정되었다. 아직 손가락만큼도 안 되는 짠짠이. 곤충처럼 머리/가슴/배 도 아니고 머리와 몸통 정도로 구분되어 보인다.


20181009.JPG 짠짠이 9주 차


9주.

2주 전보다 거의 두배로 자란 짠짠이. 매일매일 살얼음판 걷듯 조심하며 지내던 시기. 아내는 단축근무 덕에 그나마 몸에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수시로 급 휴가를 내고 요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느 태아와 다름없이 자라고 있다는 소식이 감사한 시절.


20181015.JPG 짠짠이 10주 차


10주.

1주 만에 1cm가 더 큰 짠짠이. 영상을 멈춘 뒤 저렇게 길이를 재고 그 길이로 성장 수준이 몇 주 차에 해당하는지 판별한다. 태아의 영상을 이 정도의 정확도로 찍고 크기, 무게, 심장박동, 혈액순환까지 추정/관측하는 현대의학의 위엄. 과학은 위대하다. 공돌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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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짠이 13주 차


13주.

드디어 안정기에 도달한 짠짠이. 아기집의 피고임은 완전히 사라졌고 여느 건강한 태아와 같은 코스를 밟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밀 초음파로 짠짠이를 구석구석 살펴봤는데 아기집도 커졌고 짠짠이도 머리, 몸통, 팔, 다리가 구분되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태아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 모습. 손가락, 발가락 개수도 모두 맞고 심장도 잘 뛰어 혈액순환도 잘 되고 있다. 담당 선생님이 덤으로 성별이 어떻게 될지도 봐주셨는데, 이 시기의 생식기 모양과 각도로 성별을 예측해볼 수 있다고. 열심히 보시더니 이 각도면 높은 확률로 고추가 된다는데, 과연?! 두근두근한 맘과 함께 우리 부부도 두 달 간의 계엄령을 해제하고 외부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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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짠이 16주 차


16주.

점점 아기의 형태를 갖춰가는 짠짠이. 몸길이는 자기 주수와 비슷한데 머리는 1주 정도 더 크다(...). 표준 성장 주수가 서양 아기에 맞춰져 있어서 동양 아기는 몸이 짧고 머리가 더 크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랴 건강하게만 자라면 되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짠짠이만 머리가 큰 게 아니라니 마음이 살짝 놓이는 게 솔직한 심정. 하지만 아빠가 머리가 크니 아마 마찬가지일 거야 짠짠아 미안. 그나저나 짠짠이 이 자식 다리 사이에 뭔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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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짠이 21주 차


21주.

기형아 검사에 마음 졸인 엄마 아빠와는 상관없이 짠짠이는 한껏 자라서 이제 아기집이 좁다. 이사도 하고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환경에서 잘 자라는 중. 아내는 이제 누가 보기에도 임산부 티가 난다. 좁아진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뒹구느라 배를 슬슬 차기 시작했다. 이 즈음 아내는 첫 태동을 느끼고 짠짠이가 마음에 더 훅 들어와 버렸다고. 초반에는 태동이 오면 나에게도 느끼게 해 주려고 애를 썼는데 나중에는 시시때때로 짠짠이 발길질을 느끼게 되었다. 낮은 음성의 아빠 목소리가 좋다고 하여 아내 배를 만지면서 종종 태담을 하던 시기. 태담이라고 해봤자 "어~ 음~ 오~ 우~ 아~" 이런 갖가지 의성어를 들려주는 정도였는데, 아내는 어른의 말을 하라고 성화였다. 그래서 가끔 태교동화도 읽어주고. 그런데 나는 왠지 짠짠이와 짠짠이 언어로 대화를 하고 싶었다. 물론 그 의성어들이 짠짠이 언어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른 말은 엄마가 해줄 테니 나는 짠짠이 말로! 뭐 이런 이상한 고집.


20190129_163442.jpg 짠짠이 25주 차


25주.

입체 초음파 촬영. 추가 비용이 좀 들지만 안 하기엔 영 아쉬운 것 같다. 촬영 당시 태아 자세가 중요한데 얼굴을 손으로 가리거나 하면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엄마가 단 것을 먹으면 태아 움직임이 활발해진다고 하여 매번 초음파 찍기 전마다 초코우유 섭취는 필수! 짠짠이는 오른손만 얼굴에 대고 있는 정도로 적당히 협조해주었다. 코랑 입술 형태만 어느 정도 보이고 전반적으로 영 애매하게 찍혔다 싶었는데 나중에 짠짠이가 실제로 나온 모습과 놀랄 만큼 똑같았다. 다시 한번 공돌이 찬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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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짠이 29주 ~ 36주 차


29 ~ 36주.

아내는 날이 갈수록 점점 배가 불러갔고 짠짠이는 엄마 뱃속이 좁다고 매일 난리다. 초음파 사진 모습도 대강 비슷해서 항상 "좁다!!!"라고 하는 것 같다. 엄마 배를 뻥뻥 차서 아내는 잠도 깨고 어떨 때는 아프기까지 했다고. 아내는 이제 정말로 몸이 무겁다는 말을 실감했다. 짠짠이는 자리를 잡아 걱정이 없는데 아내는 뭘 해도 피곤하고 몸이 붓고 뼈마디가 쑤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짠짠이가 나오기 전에 둘만의 시간을 만끽하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열심히 다녔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짠짠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던 시기.


20190406111327V128315-51251627_1.gif 짠짠이 눈, 코, 입.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요? 저희도 짠짠이 엄마 말고는 아무도 못 알아봤습니다.


약 39주 동안 엄마 뱃속에서 지내며 병원에서 잠깐씩 봤던 짠짠이. 이제 슬슬 눈 앞에서 만날 날이 다가온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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