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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의 바다 Apr 09. 2024

새로움의 탄생

Giant Springs State Park, Montana



햇살이 쨍하다. 스프링(Spring, 샘)은 새로운 물을 계속 뿜어내고 있었다. 미주리강을 바로 앞에 두고. 한없이 흘러가는 강과 끝없이 솟아나는 샘물이 한 공간에 있었다.


물이 맑게 빛났다. 태양은 한껏 내리쬐며 물속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곳은 또 다른 숲 속이었다. 초록 생명체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물의 흐름에 따라 흔들거렸다.


이렇게 눈부신 투명함을 마주할 때 나는 심호흡이 필요했다.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의 전설처럼, 내가 눈치채기도 전에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버리니까. 태양빛이 뜨거운 줄 모르고 앉아서 계속 바라보았다. 나는 물속 하늘거리는 초록 풀이었다가, 그들을 헤치고 흘러가는 샘물이었다가, 저 바닥까지 환히 들여다보는 빛줄기였다.





끊임없이 새롭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샘은 땅을 뚫고 물을 내보낼 때가 좋을까. 내보내기 전에 품고 있을 때가 좋을까. 아니면 내보내고 다시 새로운 물을 만들어 낼 때가 좋을까. 샘물은 지하를 벗어나 솟아날 때가 즐거울까. 땅 속에서 나갈 준비를 할 때가 즐거울까. 아니면 나와서 다른 물과 섞이며 어울릴 때가 즐거울까.






스프링은 아주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매일같이 흘러가는 강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샘물과 강물은 서로 처음 보자마자 헤어져야 했을 것이다. 언제 다시 볼 지 기약 없지만, 서로의 갈 길을 응원해주지 않았을까. 무심한 듯 다정하게.


그 부드러운 마음씨로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샘솟듯이 날마다 날마다 새로워지라고. 무엇이든 강물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고.  둘은 결국, 다른 듯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에 갇혀있지 말라고.


나는 어린아이처럼 투정 부리고 싶어졌다. 나도 안다고. 그게 인간세계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고. 그들은 다시 말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난 무력해졌다. 그래 그럼, 이 못난 생각부터 흘려보내볼게. 정말이지, 그들은 그곳에서 참 잘 어울렸다.


그리고 나는
조금
새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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