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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의 바다 Apr 20. 2024

그녀는 탐험가

Badlands National Park, South Dakota



새하얀 구름이 진파랑 하늘 위에 춤을 추는 날이었다. 오전 11시. 해는 어느새 머리맡에 와있었다. 뜨겁고 건조했다. 한국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습기 없는 여름 열기는 낯선 만큼 좋았다.





도어 트레일(Door Trail)을 걷는데 모래가 생각보다 많이 미끄러웠다. 나와 남편은 딸아이가 미끄러질까 걱정되었다. 붙잡아 주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그녀는 우리의 손길을 한사코 거부했다. 7살 아이는 다부지게 말했다. 자신은 ‘전문가’라서 도움이 전혀 필요 없다며. 오늘 처음 와본 곳에서. 모든 게 처음인 이곳에서.


트레일 안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 걷는 사람의 몫이었다. 나의 딸은 모래 바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즐거워했다. 그녀에게 이런 탐험정신이 있었는지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다. 사각거리며 기묘한 바위가 가득한 황무지를 걸어본 게 처음이니 당연할 지도.





그저 놀랍기만 했다. 나의 딸은 자연 속에서 어쩜 이렇게 스스로에게 딱 맞는 재미를 잘 찾을까. 우리는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 딸아이는 여러 번 와본 듯 익숙하게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 그녀의 배들랜즈 탐험은 성공적이었다. 강렬하게 뜨거운 햇빛만이 그녀의 발걸음을 마침내 멈추게 할 수 있었다. 나와 남편이 가지지 못했으나 그녀는 가지고 있는, 이런 종류의 용기와 대담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돌이켜 보니 알게 되었다. 나의 딸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세상에의 탐구를 멈춘 적이 없었다. 온갖 시행착오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그녀는 항상 자신만의 최선의 방법을 찾아왔다.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다리에 힘주고 일어설 때, 웅얼웅얼거리다가 단어를 내뱉을 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조심스러웠지만 과감할 때가 있었고, 포기할 법 한 순간에도 끈기를 내밀었었다.


오늘도 딸아이는 끊임없는 시도와 소소한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변수를 받아들이고 선택지를 조정하고 계획을 다듬어 나갔다. 유연한 판단으로 실패에서 더 많은 배움을 얻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프겠지만
결국 자신을 단단하게 키워주는 건
크고 작은 수많은 실패니까.


이런 무수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들이 모여 앞으로 그녀를 굳건히 지탱해 줄 내적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곳 집주인을 만난 행운 _ 큰뿔양(Bighorn Sh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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