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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나비 Oct 04. 2022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른 너

  



< 나는 솔로 >라는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프로그램 소개에 보면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사실주의 데이팅이라고 적혀 있다. 매 기수마다 10명 정도 되는 출연자가 서로의 이상형을 찾고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각기 다른 성향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두고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다.       

종종 A라는 인기많은 여성을 두고 4명의 남자 출연자가 데이트를 신청해 밥을 먹으러 가는 일도 발생한다. 성격에 따라 어떤 이들은 좀 더 자신을 어필하고자 말도 많이 하고 매너있는 행동도 취하며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은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자체를 회피해 버린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들은 며칠 동안 고민하다 수줍게 아침밥을 건네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첫인상 선택부터 한 명에게 꽂혀 상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시를 한다. 여러 성격이 모여 있다 보니 오해하는 때도 다반사이다.      

우리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내성적일 수도 있고 외향적일 수도 있다. 감각으로 정보를 인식할 수도 있고 직관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일을 중시할 수도 있고 관계를 중시할 수도 있다. 계획을 중시할 수도 있고 자유로움을 중시할 수도 있다. 이런 차이를 토대로 12가지 성격유형을 분석해 놓은 것이 MBTI이다. 나는 INFP이다. 어릴 때는 일을 중시하며 지나치게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정 없다고 느껴졌었다. 반대로 나와 정반대 성향을 지닌 ESTJ 사람들이 그 당시 나를 봤다면 너무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즉 우리는 같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해 있긴 하지만 서로 안다고 하기엔 너무 다른 행성에 사는 것이다.      

INFP : 내성적이고 직관으로 사물을 인식하며 관계를 중시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차분하고 창의적이며 낭만적인 성향으로 보이지만 내면은 내적 신념이 깊은 열정적인 중재자 유형이다. 이상주의자이며 피상적인 가식을 싫어하고 호기심이 많다. 친밀도가 높은 소수의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ESTJ: 외향적이고 감각으로 사물을 인식하며 일을 중시하고 규칙을 중요시한다. 현실적, 구체적이며 활동을 조직화하고 주도해 나가는 지도력이 있다. 현실감각이 뛰어나서 일을 조직하고 추진시키는 능력이 있는 전형적인 리더 유형이다.      

 완전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유형은 일견 가장 안 맞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집단을 형성했을 때 가장 큰 심리적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듯 각 성격유형 사이에도 궁합이 존재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유전학적으로 그들이 타고난 심리적 유형에 따른다고 주장하는 ‘사회인격학’은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융이 만든 유형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쿼드라 그룹 모형에 따르면 각 성격유형은 크게 알파. 베타. 델타. 감마, 네 카테고리로 4개씩 분류될 수 있는데 INFP, ISTJ, ESTJ, ENFP는 크게 델타 그룹으로 묶여 같은 심리기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서로 대칭되는 베타 그룹 내의 ISTP, ESTP, INFJ, ENFJ와는 서로 이해하기 힘들고 가치관과 취향의 차이가 커서 갈등과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긴장감을 좋아하고 매우 빠르게 생각과 행동을 하며 현실적인 ESTP는 사회인격학의 갈등 관계 분석에서,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INFP와 가장 상극이라고 한다. 이렇듯 각기 다른 성격유형은 서로 타고난 기질, 사고하는 방식, 가치관,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엔 서로 다른 점 때문에 끌리다가도 시간이 지나며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생기는 것도 이런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공부하고 이해하여 ‘오해’를 최소화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물고기와 새는 서로 다르지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오해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많은 문제는 우리가 ‘인간’을 ‘인류’로 분류하고 서로 같다고 착각하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저 인간을 이해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고 나는 솔로의 출연진들을 다시 관찰하자. 그냥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이해와 오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은가. 

나는 솔로에서 충분히 연습했다면 이제 내 주변의 관계에 눈을 돌려 나와 다른 그가 가진 신비함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인간은 다양하므로 아름답다.      

관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며 MBTI 검사를 다시 해 보았더니 신기하게도 INFJ가 나왔다. 잘못된 것인가 싶어 몇 번 더 해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십 년 동안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성격이 변한 것이다. 내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성격도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적성검사를 해보면 나는 전형적인 문과였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성을 누르고 체계적으로 공부해야만 하는 의대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성격이 좀 더 계획적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동양의 성격학, 명리학에서 사주팔자를 완벽하게 타고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결핍이 있기 마련이고 조금이라도 사주와 팔자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팔자가 좋은 팔자라고 한다. 즉 내게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면 운명이 좀 더 치우침 없이 균형을 찾게 되고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이를 위해선 내가 갖지 않는 “성격”적 요소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불편하고 꼴 보기 싫은 인간도 모두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래전 공자가 셋이 걸어가면 그 중 반드시 한 명은 나의 스승이라는 말의 뜻을 다시 한번 되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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