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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나비 Oct 04. 2022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남자 :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찾을 수가 없어요. 안보여요.      

여자: 보일 거예요. 곧 거슬리게 될 테고 난 지루하고 답답해하겠죠. 나랑 있으면 그렇게 돼요.     

남자: O.K     

여자: O.K     

2005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으며 전 세계 연인들의 마음을 강타했던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대사이다. 혹시 기억나시는지? 한 번이라도 깊은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였기에 나 역시 보는 내내 옛 추억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     

남자는 내성적인 성격에 회사-집을 왕복하는 전형적인 집돌이였다. 삶이 지루하였고 외롭고 우울하였다. 

여자는 반대였다. 활발하고 자유분방했으며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삶이 불안했고 외롭고 우울하였다.      

 둘은 서로 다른 성격이었지만, 그 다름이 왠지 자신의 외로움과 부족함을 채워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결국 사랑에 빠진다. 남자와 여자는 드디어 완전해진 것 같아 행복했다. 하지만 콩깍지 호르몬, 옥시토신의 유효기간은 짧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 보였던 행동들을 이해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서로 상처를 주는 말이 오간다. 여자는 떠났고 그녀를 잊지 못한 남자는 밸런타인데이를 핑계 삼아 사과하러 찾아간다. 하지만 이미 여자는 그들이 사랑했던 기억을 지워버렸고 남자는 화를 참지 못해 자신도 기억을 지워버린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된 남녀는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 또다시 서로의 다름이 자신을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차이점은 이번엔 과거에 그들이 서로의 다름에 질려 헤어져 기억까지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 하지만 그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연애 초반에 좋게 보였던 ‘다름’이 연애 후반으로 갈수록 ‘거슬림’으로 변해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꼭 성격적인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으로 다른 염색체를 갖고 태어난다. 따라서 절대 서로를 이해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XY에서 온 남자, XX에서 온 여자>           

남녀차이를 다룬 책 중 가장 유명한 고전은 아마 1992년 존 그레이 박사가 이혼 직전의 25,000여 부부의 상담을 토대로 쓴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일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남자와 여자의 특성도 조금씩 변화했기 때문에 백 퍼센트 공감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인 것 같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말도 다르고, 생각기 때문에 이 둘이 만나면 상당히 많은 오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를 변화시키려 애쓰거나 맞서려고 하지 말고,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무엇보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주제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남자는 동굴에 들어가 혼자 해결하고자 하고 여자는 이야기로 풀고자 한다. 여자는 절대 동굴로 따라 들어가지 말고 남자에게 시간을 주고, 남자는 여자가 이야기할 때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심리상담사인 장신웨가 쓴 <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에도 남녀의 차이에 따른 대화법을 소개하고 있다.

장신웨는 남자에게 이야기할 때 명령하지 않고 상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빙빙 돌려서 말하기보단 좀 더 직설적이고 분명하게 요구사항을 알려주라고 조언한다. ‘음식쓰레기 좀 비워줄래요?’ 

반면 여자에게 이야기할 때는 큰 것보다는 디테일, 예를 들어 ‘지금 컨디션 괜찮아?’‘헤어스타일 바뀌었네.’ 등과 같은 작은 것에 신경 써주고 여자가 문제를 말할 땐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보단 그냥 공감하면서 들어주라고 조언한다. 공감이 힘들면 ‘ 당신이 이렇게 슬픈데 나는 지금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네. 너무 상처 받지마.’ 라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남자가 여자를 이해할 때 서로의 호르몬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XX 염색체을 갖고 태어난 여자는 생애 주기에 따라 여성호르몬의 분비량이 다르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생리를 시작한다. 한 달 내에서도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 분비량이 변화하며 컨디션과 기분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평소보다 예민하고 짜증이 늘었다면 생리 직전일 가능성이 크다. 생리 전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을 정도니 이때는 서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 여자의 몸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산후 우울증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폐경 전후의 여성의 몸은 토네이도가 지나가는 것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40대 중반에 접어 든 여성들도 흐르몬의 변화로 인해 감정기복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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