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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나비 Oct 04. 2022

관계의 꽃은 손으로 펼친다고 만개하지 않습니다

 


앞서 번즈 박사가 소개한 관계 개선법의 대략적인 내용을 공부하였다. 하지만 막상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려고 하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 역시 <관계 수업>이란 책을 세 번 정도 정독하고 나서야 겨우 전체적인 개념이 머리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 책 내용은 엄청나게 좋다. 기회가 되신다면 정독해 보시길 추천한다) 그래서 내가 소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번즈 박사가 개발한 관계의 공식을 기억하기 쉽게 간소화시켜 소개할까 한다.      

혹시 개선하고 싶은 관계가 있거나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관계 공식의 대전제가 있다. 관계는 생물이다. 따라서 내가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이 생명체를 대하냐에 따라 성장할 수도 있고 죽어버릴 수도 있다. 이때 ‘상대를 변화시키고 싶다’라는 부질없는 생각은 지워버려야 한다. 오로지 내 생각과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대방의 변화는 나의 변화에 따른 부수물이라는 점 명심하자.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관계의 공식은 일종의 게임이다. 단, 펜싱 게임이 아니라 숨은그림찾기 게임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상대를 이겨서 득점해야 하는 펜싱 게임처럼 관계를 대하니 생물이 죽어버린다. 펜싱을 할 때 우리는 ‘모두 네 탓이다. 내 탓은 절대 없다’라는 이름을 가진 방패를 들고 깎아내리고 비꼬는 독설이라는 창으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이때 문제를 요리조리 피하는 피하기 신공, 제대로 듣지도 않고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오지랖 신공, 제대로 표현도 하지 않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난리 치는 독심술 신공을 사용하며 상대가 하는 모든 말을 다 받아 쳐낸다. 이렇게 해서는 대화를 해봐야 서로 상처만 입고 끝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해야 할 게임은 숨은그림찾기이다.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내가 많이 찾아낼 수록 상금이 커지는 게임이라 집중력이 필요하다. 

찾아야 할 그림은 첫째, 숨은 사실이다. (Finding Fact) 번즈 박사는 상대방의 말이 전혀 비합리적이거나 부당하다고 해도, 그 안에서 일말의 진실을 찾으면 상대의 방어막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주의할 사항은 자존심, 수치심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말을 인정하였을 때 혹시 나를 역으로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는 자신의 말을 상대가 판단 없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공격하려는 투지를 잃어버린다.      

찾아야 할 두 번째 그림은 숨은 감정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생각과 의도를 찾아야 한다. 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면서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상대방의 생각을 잘 이해해주어 상대방이 ‘네 말이 맞아.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거야’라고 말하거나 ‘그래. 내 기분이 바로 그래’라고 말한다면 100점이다. 

문제는 사실상 스스로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최고의 심리상담사들 역시 공감에 서툴다는 것이다. <관계 동냥>에 나온 말처럼 ‘우리는 남이 어떤 기분인지, 또 우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 친구, 이웃, 동료, 심지어 고객 등 그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러하다.’     

공감 능력은 연습이 필요하다. 이때 앵무새처럼 말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상대방을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부분은 사람들을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기만 하는 걸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우선 나의 판단을 최대한 자제하고 투명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자기 것으로 바꾸어 말하여 생각에 공감해 주고, 상대방이 한 말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기분을 짐작하여 감정을 공감해 주자. 여러 가지 감정언어를 공부하고 둥글게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은 자기 기분을 표현할 때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유용하다는 점 명심하자.      

숨은 사실과 감정을 찾았다면 상대방에게 내가 찾은 답이 맞냐며 확인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답답하고 화나신 것 같네요저한테도 화가 나신 것 같고요제가 제대로 파악했나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될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우리가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에 진지한 관심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절대 비아냥으로 들리지 않도록 존중하는 태도로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번즈박사는 조언한다.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완성했다면 다음 스텝은 상대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내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설명하겠다.      

관계의 꽃은 절대 손으로 펼친다고 피지 않는다. 내가 이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감의 따뜻한 햇볕이 비칠 때 저절로 예쁘게 한 잎 한 잎 펼쳐진다. 

내 마음에 숨어 있는 숨은 햇볕 찾기 게임은 연습할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자. 쉽지 않지만, 인생에 있어 소중한 꽃들을 피우고 싶다면 너무 가치 있는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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