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의 삶- 1. 굿바이 우울, 새로운 여정의 길목에서

by 손우영


처음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면서, 만약 작가가 되어 글을 연재한다면 불안장애와 우울증, 조증 등을 겪는 내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상을 굳이 드러내 공유하려 했던 것은 사람들에게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우울증 증상이 오거나, 공황발작 같은 것이 와도 단순히 신체 증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들이 있었다. 공황발작이 왔던 어느 날은 압도되는 느낌이 있었다. 당시에 나는 아파트 복도에 잠시 나와 있었는데, 그 느낌을 견딜 수가 없어 차가운 계단 바닥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호흡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무게도 없는 공기가 매우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100kg이 넘는 액체 괴물이 있다면 그 괴물이 나를 감싸 꽉 옥죄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나가는 누군가가 나를 봤다면, 나는 그저 숨을 헐떡이며 울고 있는 20대 여자애로만 보였을 것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쩌면 사람들이 내가 말로만 힘들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믿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쓸 때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었는데, 보통은 긴 이야기를 마치면 속이 후련하곤 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들이 연쇄작용처럼 떠올라 더욱 끔찍한 날들도 있어 쓰던 걸 멈출 때도 많았다. 또, 매번 힘든 순간을 포착해 글을 쓰기는 내가 너무 무력한 상태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힘든 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늘 추상적인 이미지들과 내 당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소설과 시와도 멀어졌다. 생각과 상상마저 '무(無)'의 상태임을 깨달았던 지난 2024년 초, 나는 글과 영원히 안녕했다.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나고, 나는 영원히 이별이라 믿었던 하얀 바탕과 키보드 앞에 다시 앉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다. 정신질환이 완전히 완치되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완치되지 않는 이유는 내 유전적이거나 타고난 기질 문제 때문임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고, 일상을 사는 데 큰 문제가 없어졌다.


어떤 부분은 저절로 안정을 찾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나쁜 것은 다른 곳을 찾아 떠났고 좋은 것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기도 했다. 재작년부터, 약이 줄어들던 거의 없던 찰나에는 약을 아예 먹지 말아보자고 결심했었는데, 약 없이 살기 위해서는 망가져 있던 습관들을 하나하나 뜯어고쳐야 했다(참고로 약은 끊는 일은 담당 의사 선생님과 충분한 상담 후에 진행해야 한다). 감사히도, 될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뒤늦게 갖게 됐다. 어쩌다 덜컥 사랑하게 된 애인이 생겨 내 질병으로 건강한 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큰 결심을 했고, 습관을 고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사람들에게서 낯빛이 건강해졌다, 성격이 많이 밝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점차 듣게 되며 나는 좋은 습관과 행동이 나의 몸에 정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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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일어섬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지금에 와서야 나는 전혀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비록 작은 성찰과 행동들이 지속된 결과이지만, 건강한 방향으로 바뀐 지난 시간에 대해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전문가의 글처럼 세세한 방법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작은 에피소드와 아이디어가 모여 가치관이 되고, 가치관이 행동이 되고, 행동들이 일상이 된 평범한 일반인의 고군분투 일기일 것 같다. 정신 질환을 가졌거나 그 경계의 증상으로 고민이 많은 사람들, 혹은 건강한 패턴의 일상을 살고 싶은 모두들, 그리고 가끔 남의 삶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글이 조금의 위로와 희망, 따뜻함이 전해지길 바란다.


그 여정의 첫 번째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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