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파의 크리스마스 쿠키

독일의 성탄 쿠키 플랫첸 Plätzen

by 뮌헨의 마리


"엄마, 조심해! 너무 가까우면 사랑에 빠져!"



주말에 남편과 아이는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느라 분주했다. 왜 벌써 크리스마스 쿠키냐고? 글쎄, 나 역시 이해불가다. 도대체 왜 벌써 크리스마스 쿠키냐고! 둘이서 한번 설치면 내 작은 부엌이 난장판이 되는데. 그러니 반가울 리가 있나. 시작은 심심한 토요일 오후였다. 남편이 아이를 꼬드겼다. 우리 플랫첸 Plätzchen 구울까?


둘이서 집 앞 슈퍼로 장을 보러 간 사이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히 토요일 저녁은 밀가루를 반죽해놓는 것으로 일단락. 왜냐하면 집에 베이킹용 종이가 똑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집 앞 슈퍼도 저녁 8시에 문을 닫았고. 그런데 중앙역의 슈퍼는 밤에까지 문을 연다며 남편이 집을 나섰다. 오늘만 날인가. 일요일도 있는데. 이틀 동안 난장판은 절대 안 돼! 아이가 전화로 파파를 불렀다.


일요일 오전부터 쿠키 굽기 스타트. 식탁 위를 싹 비우고 밀가루를 눈처럼 뿌렸다. 꽃 모양, 하트 모양, 크리스마스트리 모양, 기타 등등 쿠키 틀도 찾아 씻어두었다. 헤이즐넛을 반으로 쪼개는 것부터 시작. 계란 노른자는 다섯 개를 준비, 초콜릿 한 통도 녹여두었다. 노른자 색은 참 예뻤다. 마지막을 내가 좀 바르겠다고 나섰다. 신나게 두 개째 쿠키에 붓질을 시작할 때였다. 아이가 외쳤다.


"엄마, 조심해! 너무 가까우면 사랑에 빠져!"


이런, 이런. 노른자를 칠할 때 쿠키들 간격이 너무 가까우면 딱 붙어버리나 보다. 애가 얼른 쿠키들을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이런 표현도 있구나. 그건 그렇고, 아이는 저 만고불변의 사랑 법칙을 어떻게 알았을까? 너무 가까우면 사랑에 빠진다니! 아이들 입에서 이런 표현들이 쏟아질 때는 무조건 하던 일을 중단하고 볼 일이다. 나도 그랬다.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붓을 내려놓고 폰부터 꺼냈다. 바로바로 메모해놓지 않으면 돌아서는 순간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런 것이 엄마들의 본분이다. 쿠키들이야 사랑에 빠지든 말든.



완성된 쿠키는 훌륭했다. 맛도 나쁘지 않았고. 일요일 저녁 위층 오스카네 집부터 한 접시 올려 보냈다. 월요일 학교에도 수북하게 보냈더니 오후 방과 후 때 맛있게 나눠먹었다고 선생님이 고마워하셨다. 굽는 자체만 좋아할 뿐 남편도 나도 거의 손을 대지 않기에 천만다행이었다. 바바라와 조카에게도 나눠주고, 그래도 남은 것은 빵 봉지 세 개에 나눠 담아 우리 동네 빵가게 헬레나 아주머니께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하나 드렸다. 파파랑 아이가 주말에 들러 자랑을 했는지 맛을 보고 싶다 하셨단다.


두 번째 봉지는 탄테 헬가에게 드리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셨다. 병원에 가셨나 아님 별장에 가셨을까. 허리 수술 후 주 3회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하셨는데. 알리시아와 방과 후에 한번 더 들러봐야겠다. 마지막 봉지는 오늘 니엔과 도서관에 가서 나눠먹을 생각이다. 독일에서 보기 힘든 도서관 커피 자판기의 달콤한 핫초코와 함께. 도서관 담당자들께도 맛을 보여드려야지.


주말에 플랫첸 레시피를 여쭤보려고 친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감기에 걸리셨는지 목소리가 꽉 잠겨있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쿠키를 굽는 게 기특하신지 막힘없이 줄줄 레시피를 알려주셨다. 12월에 할머니 댁에서 같이 한번 더 굽자신다. 내가 반색하니 애가 눈을 흘긴다. 엄마는 할머니랑 같이 하는 것만 좋아해. 나랑 파파랑 하는 건 싫어하고.

당연하지! 할머니는 요리와 베이킹 도사시잖아! 어디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그래도 아이와 파파가 삐지지 않게 열심히 사진도 찍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오전부터 오후까지 논스톱으로 했건만. 그리고 두 시간 쓰러져서 책을 보다가 잤다. 파파랑 요리하고 베이킹하고 싶으면 뒷정리도 너희가 해, 제발! 그런데 이건 아직 요원할 것 같다. 아이가 김나지움은 가야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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