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레아마리맘의 레시피

by 뮌헨의 마리


피클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있다!


사진출처 : 레아마리맘


피클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있다! 며칠 전 레아마리맘과 안부를 주고받다가 호떡을 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독일에서 호떡이라니! 두 아이들도, 아이들 아빠 에디도 한국에 있을 때부터 호떡을 좋아했단다. 독일로 올 때 일부러 하나 챙겨 온 게 호떡누르개라니 말 다했다. 나로 말하자면 이삿날 남편을 시켜 집 앞 마트에서 급히 쌀과 라면과 김을 조달한 미달 주부인데.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다시 레아마리네 호떡 파티로 돌아가자. 마지막 남은 호떡 하나를 서로 먹겠다고 쟁탈전이 벌어졌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하하, 웃음을 날려 보냈다.


다음날엔 한국식 애호박과 가지 소식을 들었다. 터키 상회에서 드디어, 마침내, 한국 애호박과 한국 가지를 꼭 닮은 녀석들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애호박은 여기 쥬키니보다 조금 통통하고, 가지는 여기보다 조금 날씬하고. 그 말을 전할 때 레아마리맘의 기쁨에 찬 환호가 생생하게 전해오는 듯했다. 그렇게 기쁠까. 신기하면서도 웬일인지 나도 기뻤다. 그렇게 작고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되다니. 나 역시 된장을 끓일 때마다 연하고 복스러운 한국 애호박이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무치게 그리울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소식은 피클이었다. 피클이나 장아찌를 좋아하면서도 직접 해 본 적은 드물었다. 피클은 가끔 시도해 보기는 했으나 김치처럼 어쩌다 가끔 작정하지 않으면 잘 해지지 않았다. 문학팀 멤버들이 친절하게 무장아찌 레시피와 사진을 올려준 것만 몇 번인지 모른다. 그래도 무를 사고, 마트에서 배추를 보고 혹해서 몇 단을 사 왔다. 둘 다 예쁜 소쿠리에 담아놓고 감상만 하다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다 포기하고 만만한 무 배추 된장국으로 소진했다. 너무 많아 세 번이나 끓여먹고도 무 반토막이 소쿠리에 남았다.


사진 출처 : 레아마리맘


내가 그런 사람인 줄 레아마리맘이 어찌 알겠는가. '아, 훌륭해요.' '정말 멋져요, 멋져!' 성실하고 착실한 리엑션이 그녀로 하여금 나 역시 위대한 주부의 대열 뒤꽁무니에라도 서 있다고 생각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디테일한 레시피가 핑퐁처럼 건너왔다. 맹세코 그 말들은 진심이었다. 그러자 몇 가지 주의 사항도 양념처럼 따라왔다. 내가 말귀를 못 알아 들어서 상세한 부연 설명까지 덧붙여서.


"피클 하실 땐 되도록 철로 된 그릇 혹은 플라스틱 용기 대신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아 주세요. 보관 시는 유리병. 만들 때는 좋은 용기에. 식초가 들어가기 때문에 산화 반응되거든요. 야채에 고대로 들어가요. 맛도 텁텁하고 건강에도 안 좋고. 식초물(강한 산성)을 끓이고 식히면서 보관하는 과정에서 산화가 시작되거든요."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녀만의 비법인 레시피를 소개하겠다. 좋은 식재료와 좋은 조리 도구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는 레아마리맘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음식을 매일 먹는 그녀의 가족은 얼마나 복이 많은가. 설마 다른 집 엄마들도 모두 그럴 거라고 착각하진 않겠지? 저걸 상쇄할 뭔가를 준비해야 할 텐데. 그래야 나중에 우리 아이가 자라서 그때 엄마는 주방에서 음식은 안 하고 대체 뭘 했냐고 따질 때 들이밀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럴듯한 뭔가가.


"물:식초:설탕을 2:1:1로 배합하여 팔팔 끓인 후 야채에 붓고 식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냉장고로. 야채를 엄청 많이 먹을 수 있어요. 맛있게! 팔팔 끓는 식초물을 붓는 게 포인트. 저는 레몬 하나 짜서 넣었어요. 이뻐서."


레시피도 예쁘고, 솜씨도, 말씨도, 맘씨마저 예쁜 사람.


사진출처 : 레아마리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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