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3학년 담임은 조금 엄격해도 괜찮아

독일 초등학교 학부모 상담

by 뮌헨의 마리


서울에 있을 때 독일학교 선생님이 말했다. 아이의 첫 출발점과 현재를 비교해 보라고. 얼마나 놀랍고 눈부신 발전이냐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내게 물었다.


이 건물 오른쪽 끝에 학교가 있다. 운동장은 건물 안쪽. 도로 오른편 끝은 빅투알리엔 마켓과 마리엔 플라츠로 연결된다.


서울에 있을 때 독일학교 1학년 2학기에 학부모 상담을 간 적이 있다. 신기하게 생각했던 건 학부모와 담임 선생님과 아이가 한 자리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시간은 반시간 정도였다. 선생님이 아이의 입학 당시 글쓰기와 그림 등 자료들을 보여주며 두 학기 동안 아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설명해 주었다.


당시 나는 아이가 독일어를 제대로 읽고 쓰는 게 부족하다 여기고 걱정이 많았다. 매년 봄에 열리는 독일어 수행 평가에서 아이는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독일의 학제로 보면 매 학년 2학기에 열리는 평가였다. 오죽하면 보조 선생님이 우리 반 독일 아이 엄마였는데 나를 따로 불러 알리시아의 독일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충고를 했겠는가.


그런데 학부모 상담 때 담임 선생님의 말이 인상에 남았다.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교의 대상은 언제나 아이 자신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선생님이 말했다. 아이의 첫 출발점과 현재를 비교해 보라고. 얼마나 놀랍고 눈부신 발전이냐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내게 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아이는 겨우 자기 이름자 하나 쓸 줄 아는 채로 학교에 입학했으니까.



2학년 2학기에 독일에 왔다. 그때도 학부모 상담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학교 모임에는 거의 남편을 보냈으니까. 3학년 2학기가 되었다. 아이는 종종 내게 물었다. 독일에 와서 자기가 달라진 게 없냐고. 있다!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고, 인사를 잘하게 되었다. 아직도 목소리가 충분히 크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좋아진 건 많이 까분다는 것이다. 내가 붙여준 별명도 한몫했을 것이다. 까불이. 아이의 변화를 보며 나를 돌아보았다. 아이의 모습이 내 모습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크게 반성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정신을 쏟자 아이에게 잔소리할 시간이 줄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난주에는 3학년 2학기 학부모 상담 혼자 다녀왔다. 남편을 보내려고 스케줄을 맞춰놨더니 갑자기 출장을 가버린 것이다. 2학년 때는 밝고 친절한 새내기 선생님이었고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을 사랑했다. 학부모들까지도. 3, 4학년을 맡을 담임 선생님은 차갑고 냉정한 타입이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병가를 반가워할 정도였으니까. 나 역시 선생님을 만나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어쩌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다음과 같은 율리아나 엄마의 말도 도움이 되었다. 3학년 담임은 조금 엄격해도 괜찮아. 유치원생이 아니니까.


담임 선생님은 여자분인데, 말이 별로 없었다. 오죽하면 율리아나 엄마도 아이의 학교 생활을 듣고 싶은데 자기만 실컷 얘기하다 나오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나도 그랬다. 부족한 독일어는 외국인이니까 이해해 주시겠지. 차분하게 담임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와야지, 하고 들어갔다가 20분 중 2/3는 내가 떠들다 나온 기분이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 않았다. 아이는 학교 생활 전반과 교과 과목을 포함한 세세한 항목에 미리 체크한 평가지 3장을 들고 갔는데, 선생님 역시 미리 작성해 온 똑같은 평가지를 펴 놓고 아이와 나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스스로 작성한 것보다 훨씬 관대한 평가를 주었다. 수업 태도와 수행 능력, 다른 아이들과의 협력에도 최고 점수를 주셨다. 아이가 낮은 점수를 준 독일어와 종교 과목에도 중간 점수를 매겨놓고,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셨다. 사람이란 역시 직접 얘기를 나눠봐야 알 수 있다. 학부모 상담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독일어 역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분명히 알게 된 것도 소득이었다. 아이는 독해와 작문에는 강했고, 정확한 철자와 문법에는 약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도 다 돌아간 금요일 오후 2시였다. 날씨는 화창했고, 교실 안은 따뜻했다. 넓은 교실 안으로 햇살이 비쳤고, 차들의 소음이 낮게 들려왔다.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다가, 간간이 짧은 말을 곁들이는 담임 선생님과의 대화에 긴장도 풀렸다. 독일의 3학년 2학기는 한가하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1년 후면 김나지움으로 갈 것인가 직업학교로 갈 것인가 기로에 설 것이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안도감이었다. 선생님이 그러시지 나.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더 좋아질 거라고.


선생님의 믿음은 부모와 아이에게 동시에 궁극의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학부모 상담을 마치고 나오자 아이가 평소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상담 중에는 내 옆에서 떨고만 있더니. 선생님과 엄마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듣자 자존감이 충만해진 것일까. 앞으로 독일어와 종교 과목에 더 나은 점수를 받을 거란다. 나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기로 마음먹었다. 남편 말대로 아이가 동기 부여가 되어 스스로 좋아서 하지 않는 한 효과는 미미할 테니까. 나는 다음 상담에도 꼭 참석할 생각이다. 내 독일어 공부에도 동기가 추가된 일석이조 학부모 상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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