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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Sep 12. 2019

다시 돌아온 장미의 계절

뮌헨의 로젠가르텐을 산책하며


오, 장미 정원! 나는 장미를 좋아한다. 특히 온갖 종류의 장미로 가득한 로젠 가르텐을. 장미는 제철도 좋지만 한 철 지나도 좋다. 한창때를 지나서 가시의 뾰족함도 누그러지고 목에 힘도 뺀 장미들을 보는 즐거움.




아이가 개학하던 날 오후였다. 후겐두벨 서점에 다녀오니 율리아나와 율리아나 할머니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이들은 킥보드로, 할머니와 나는 자전거로, 로젠 가르텐 Rogengarten에 다녀오자고 제안하셨다. 오, 장미 정원! 나는 장미를 좋아한다. 온갖 종류의 장미로 가득한 로젠 가르텐을 특히 좋아한다. 장미는 제철도 좋지만 한 철 지나도 좋다. 한창때를 지나서 가시의 뾰족함도 누그러지고 목에 힘도 뺀 장미들을 보는 즐거움. 유후! 그것도 자전거로 가자고 하시니 반가울 수밖에. 애들도 신나고, 장미도 보고, 자전거고. 이런 게 일석삼 아닌가.


다시 돌아온 장미의 계절. 1년 만에 로젠 가르텐에 와서 생각한다. 지난 주말 세찬 바람과 비가 다녀간 후 다시 꽃을 피워 올린 저 뒷심들은 어디서 나오나. 저렇게 간절하게 피워내야 할 무언가가 아직도 남아있다니. 시절 다 지나고 아무리 애를 써도 오뉴월 싱그러운 꽃들과는 경쟁이 안 될 텐데. 그럼에도 피어나는 색색의 장미. 마지막 장미의 품격. 나도 옛날에는 내가 태어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미션 같은 거 말이다. 이제는 안다. 저 꽃들처럼 때가 되면 피고,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리고 조용히 간다는 것을. 대단할 것도 요란할 다.





오후의 햇살이 얼마나 좋던지! 장미 정원 곳곳 의자와 벤치에는 오후의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주 내내 흐리고 비가 왔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 독일에서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는 뮌헨에 가장 적당한 인구는 딱 100만. 실제 뮌헨의 인구가 130만이다. 어딜 가나 붐비지가 않는다. 그러니 자리 다툼이나 경쟁도 없다. 사람이 많으면 조금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내 차례가 돌아온다는 믿음. 그럴 때 사람은 여유 있고 관대하고 친절해진다.


뮌헨 사람들은  정도로뮌헨이라는 대도시의 삶이 복잡하 피곤하다고 불평한다. 월세가 무시무시한 건 사실이. 올여름 서울에서 지내 가지 아쉬웠던 건 어딜 가나 앉을 의자가 부족하더라는 것. 지하철에도, 큰길에도, 공원에도, 기차역이나 심지어 저녁 한강크루즈 갑판 위에도. 공간도 데 의자는 왜 적을까. 서울시에 물어보고 싶다. 그날도 율리아나 할머니 댁으로 가서 진한 커피를 얻어마시고 돌아왔다. 할머니께 한국에서 들고 온 믹스 커피를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맛도 좋다고 하셨다.





뮌헨으로 돌아온 후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운동이다. 두 사람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 한 명은 부산의 대학 동기 C. 7년 정도 수영을 했다는 이 남자 동기는 원래도 동안인데 지금도 하나도 안 변했다. 요즘도 새벽마다 수영을 고 있겠지?  한 사람은 나보다 열 살 많으신 분. 남자분으로 50대에 꾸준히 배드민턴을 치셨다. 한국에서 전화로 잠깐 안부를 여쭈니 목소리가 예전보다 힘 있게 들렸다. 평소 체력이 안 좋으셨는데, 지금도 꾸준히 배드민턴을 체력을 키우고 계신다. 건강더해 자신감까지 전해져 안심이 되었다. 운동이 보험이란 말은 맞는 것 같.


그럼 난 어떻게 운동하나. 무슨 운동을 하나. 요가도 있고, 산책도 있고, 집에서 스트레칭만 해도 좋은데 꾸준히 하기가 어렵. 궁여지책으로 짜낸 묘책은 피트니스 센터. 마인드를 강제로 운동 모드로 리셋하기다. 피트니스에 출근해서 눈 딱 감고 30분만 해볼까. 홈피를 방문해보니 30분짜리도 있던데. 이거야말로 운동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 아닌가. 운동 의지로 불타는 중년의 삶도 책 읽는 삶이나 글 쓰는 삶만큼 근사할 것이다.  전 아이와 동네 산책을 하다가 나를 위해 준비한 듯 장소를 발견했다. 다음 주에 오픈한다이곳은 평범한 가게처럼 1층이었다. 이름까지 멋졌다. Mrs. Spo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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