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시어머니의 정원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빛나던 나뭇잎들. 그 위에서 햇살과 뒹굴던 늦여름 시들. 가을과 겨울을 함께 지낼 시들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어머니의 정원. 저들이 시가 아니면 뭔가.
브런치에서 <날마다 축제 뉴요커 일기>라는 매거진을 읽다가 어제 뉴욕의 시월 기온이 30도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뮌헨은 어제부터 얼마나 쌀쌀하던지 아침 일곱 시 반출근길 기온이 6도였다. 낮 최고 기온이 겨우 12도. 옥토버 페스트가 끝나는 이번 주말에는 비 소식까지 있어 앞으로도 따뜻한 날을 기대하기는어렵겠다. 그 매거진에서 황동규의 시월과 릴케의 가을날 시를 읽었다. 가을에 더 빛나는 시들.
어제 독일은 공휴일이었다. 독일 통일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동안 아이는 독일 할머니와 둘이서 옥토버 페스트에도 다녀오고, 지난 주말에는 할머니와 바바라 고모와 셋이서 어린이용 오페라도 보고 왔다. 할머니는 자주 뵀는데 할아버지가 많이 기다리실 것 같았다. 주말에 전화를 드리자 언제 오냐? 내일? 모레? 하고 물으셨다. 어제 오후 일을 마치고 아이와 시어머니 댁에 다녀왔다. 아이는 매주 시험을 보느라, 나는 매일 일하느라 피곤했지만 양아버지가기뻐하시는 모습에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어머니 정원에 피어 있던 마지막 장미를 열두 송이나 선물로 주셨다. 어머니의 식탁 위에도향과빛이강렬한마지막아메리칸 뷰티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다이닝 룸으로 비쳐 드는 늦은 석양빛에 빛나던 장미앞에서 사진을찍고 또 찍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내시선을 끈 것은 해질 무렵 어머니의 정원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던 나뭇잎들.그위에서 햇살과 뒹굴던 늦여름 시들. 나의 가을과 겨울을 함께 지낼 다음과 같은 시들이었다.
어머니 식탁을 장식한 아메리칸 뷰티와 선물로 받은 장미들(위) 어머니 정원의 마지막 꽃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