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이는 한글학교에서 시와 그림을 그렸다. 아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토끼에 대한 일편단심을 저버린 적이 없다. 사랑을 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그러니 토끼에게 시를 한 수 지어 바쳤다 한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지난 주말에 아이는 한글학교에서 시화전에 낼 시와 그림을 그렸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그려서 그림에 맞는 시를 써보라고 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토끼에 대한 일편단심을 저버린 적이 없다. 사랑을 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그러니 토끼에게 시를 한 수 지어바쳤다 한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시는 수업 시간에 제출을 해버렸단다. 시가 궁금한 엄마를 위해서는 목에 힘을 주며 읊어주었다. 다 기억하고 있다고 큰소리를 쳐가며. 잘 듣고 잘 받아 적으라, 자기가 쓴 시라는 것을 꼭 밝혀 달라, 당부도 잊지 않았다.
토끼
by 알리시아
토끼 토끼 귀여운 토끼.
귀엽고 부드러운 토끼.
토끼 토끼 하얀 토끼.
잡을라고 해도 빠른 토끼.
사랑스러운 토끼.
나는 토끼를 그리고
토끼는 풀밭에 있어
당근이 옆에 놓아져 있고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끝!
그런데 그날 저녁 한글학교 담임 선생님이 단톡방에 올려주신 아이의 시는 아이가 기억한다던 시와는 사뭇 달랐다. 낮엔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즉흥시를 읊었나? 가을이 그렇다. 아이들도 시인이 된다. 토끼를 사랑하는 저 마음이 해마다 찾아올 가을엔 무엇으로 바뀌어 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때는 읊어달라고 해서도 안 되겠지? 그런다고 호락호락 낭독해 줄 애도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