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뮌헨 동물원에서 그림처럼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동물들을 보았어요. 어떤 고뇌와 체념이 저런 고요한 모습을 완성시켰을까요. 마치 정물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물소들의 고요함.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리운 샘.
지난 주말에는 뮌헨의 동물원에 갔습니다. 한 주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어요. 오랜만에 해가 나온다는 기상예보에 기대가 컸지요. 그날은알리시아의 생일날이었어요. 케이크도 없이 선물만 하나 안겼죠. 그 주 내내 제가 일하는 칸티네에서 힘든 일이 많았거든요. 거기다 파싱 카니발이 코 앞이라 일을 마치고 알리시아의 코스튬을 사러 이틀 연달아 쇼핑을 나갔더니 기력이 다 소진해 버렸어요. 알리시아의 생일을 꼼꼼하게 챙길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답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그날은 레겐스부르크의 새어머니가 뮌헨으로 오셨어요. 어떻게 아시고 아침에 작은 케이크 하나를 들고 오셨지 뭐예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란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할머니들의 이런 감각이라니요! 그날 어머니는 알리시아에게 꼭 어울리는 티셔츠와 책도 한 권 선물하셨어요. 가족 생일 파티에 초대받으셨다는 사실이 어머니를 몹시도 기쁘게 해드렸나 봐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요.
그날 동물원에는 방문객들이 많았답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대부분이었죠. 해는 나오지 않고 날은 계속 흐렸지만, 날씨가 포근해서 동물원 나들이에는 안성맞춤이었어요. 어머니는 동물원을 좋아하셨어요. 원숭이들이 사는 장소 바닥이 시멘트인 건 무척 애석해하셨고요. 젊을 때 어머니는 건축일을 하셨거든요. 수족관에서 덩치 큰 물고기들이 좁은 곳에 모여 있는 걸 보시고는 이런이런, 혀를 차셨어요. 저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참 좋았답니다.
샘.
저는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뮌헨의 동물원은 가끔씩 갑니다. 뮌헨의 동물원에는 초원을 연상시키는 넓은 장소에서 평화롭게 사는 동물들이 있어요. 넓어야 얼마나 넓겠어요. 그래도 다른 동물원에 비해 자연 속에 서 있는 동물들을 보면 조금 안심이 되지요. 우리와 철창 속에 갇혀있는 것보다는 보기가 덜 괴로우니까요.
서울에 살 때는 과천 동물원에도 1년에 두 번쯤 갔어요. 알리시아가 어릴 때였죠. 파파는 케이블카를 타고 위에서 걸어내려오는 걸 좋아했는데, 알리시아는 동물원 입구에 옹기종기 모인 토끼들과 작은 동물들을 더 좋아했지요. 벚꽃이 피던 봄날의 풍경도, 울긋불긋 호수에 단풍이 지던 가을날의 풍경도 모두 좋았어요. 2월에 뮌헨의 동물원을 걷다가 자꾸만 한국의 봄날이, 울창한 산속 과천 동물원이 눈에 밟혔어요.그립네요.
지붕 위의 사색!
그리운 샘.
2월의 동물원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게 있더군요. 그림처럼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동물들을 보면서요.어떤 고뇌와 체념이 저런 고요한 뒷모습과 옆모습을 완성시켰을까요. 마치 정물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그들은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어요. 뛰는 행위는 오래전에 멈춘 듯했고요. 천천히 움직이고 느리게 걸었어요. 그것 말고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처럼요. 동물원이 집인 존재들의 현실이었어요.
하루 한 끼든 두 끼든 먹는 행위와 먹이를 소화하고 배설하는 일. 그것이 최대치의 일상이 아닐까요. 시간을 인내하는 일.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오고 가는 방문객들의 시선은 초월한 지 오래 같았어요. 이번 방문 중 가장 특별했던 건 원숭이 가족이었어요. 애기 원숭이가 계속 공중에 매달려서 놀려고 하자 엄마 아빠가 교대로 아기를 떼내려고 했지요. 어찌나 개구쟁이인지 엄마 아빠 원숭이들도 어쩌지 못하더라고요.아기의 존재 자체가 닫힌 공간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더군요.아기 원숭이가 저 생기를 오래 간직하게 되기만 바랄 뿐요.
샘.
오늘은 뮌헨의 보건소에 다녀오느라 잠시 외출을 했습니다. 건강 확인서를 떼야하는데 예약을 안 했다고 다음 주에 또 오라네요. 이것이 독일식입니다. 예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요. 오늘은 칸티네에 위생 점검이 있는 날이라 건강 검진서가 없는 저는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군요. 카페에서 글을 쓰며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한국은 춥다고 들었어요. 건강은 좀 차도가 있으신가요? 독일은 계속 푸근한 날들의 연속입니다. 곧 봄소식도 오겠지요? 봄이 오면 산책도 하시고 햇살도 받으셔서 기운을 얻으시기 바라요. 칸티네 소식 궁금하시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