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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Oct 10. 2023

필사노트 52-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사랑이란 무엇일까? 영원한 사랑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모든 것을 수치화해서 사람을 평가하는 결혼시장에서 과연 순수한 감정만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사람의 감정은 가변적이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사랑의 환희도 한순간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고,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졌던 잔인한 상처와 흉터들도 어느덧 시간속에서 아물어 간다.      


  대입수능을 앞두고, 지인으로부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지인은 1교시 시험인 언어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능시험장에 앉아서 선물로 받은 사랑의 기술 초반부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19살 소녀가 읽기엔 내용이 다소 어려웠던 것 같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대입수능 수험장에서 펼쳐보았던 그 책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그 옛날이라 그런지 가격도 착한 5,500원이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들은 다른 철학책들처럼 난해하게 느껴지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의 책들에 손이 많이 간다. 오늘은 책장을 둘러보던 중 수능시험장에서 펼쳐보았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마음에 와닿는 글귀들을 필사했다. 어쩌면 자본주의 시장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냉철하지만 정확하게 판단한 글이 아닐까 싶다. 에리히 프롬은 자본주의 시대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내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1


    “사랑에 빠졌다는 느낌은, 자신과의 교환가능성이 있는 인간 상품들과 관련지어서만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가 물건을 사러나갔다고 하자, 상대방은 사회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해야 하며 동시에 상대방이 나의 드러난 혹은 숨겨진 자산과 가능성을 고려하여 나를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두 사람이 자신들의 교환 가치의 한계를 고려하여,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냈다는 느낌을 갖게 될 때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처럼 언젠가는 나타나게 될 숨겨진 가능성도 이러한 거래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시장 지향성이 널리 퍼져 있는 문화권에서 인간의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상품 시장이나 노동 시장을 지배하는 교환방식과 똑같은 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에 대해 그다지 놀랄 필요는 없다.”          



#2


   “사랑에 대해서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세 번째 오류는, 사랑에 ‘빠진다’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다’는 영속적인 상태,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에 ‘머물러 있다’는 상태를 혼동하고 있는 데 있다. 우리들 모두와 마찬가지로 서로 전혀 모르고 지냈던 두 사람이 그들 사이에 놓여있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하게 될 때, 이러한 합일의 순간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유쾌하고 흥미있는 경험 중의 하나일 것이다."          



#3


   "특히 고립되어 사랑 없이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더욱 멋지고 기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갑자기 친밀해지는 이 기적은 특히 성적 매력과 성적 결합에 의해 주도되고 이와 결합될 때 더욱 촉진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랑은 그 성격상 지속적이지 못하다. 두 사람이 점차 친숙해지면 그들의 친밀감이 지녔던 기적적인 성격은 서서히 잃게 되고, 마침내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실망감, 그리고 권태감으로 인해서 최초의 흥분은 흔적조차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의 심취, 즉 서로에게 '미쳐있다'는 것은 그들의 사랑의 강도를 나타내는 증거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이 전에 얼마나 고독했었는가를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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