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한국어 교수, 김 선생님이 되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떠나게 되었다. 부쿠레슈티 대학교에는 한국어학과가 있는데, 그곳에서 초빙교수로 일하게 된 것이다. 사실 처음엔 나도 '부쿠레슈티'라는 도시 이름이 바로 입에 붙지 않았다.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몇 번이나 되뇐 끝에야 외울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가게 되었다고 말하면, 주변 모두가 이렇게 물었다.
“루마니아가 어디에 있어? 그리고 부, 어디로 간다고?”
무례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가난한 나라 아니야? 거기에 왜 가?"
루마니아는 동유럽에 위치한 나라로, 공식 국명은 ‘루마니아 공화국 Republica România’이다. 북쪽으로 우크라이나, 동쪽으로는 몰도바, 서쪽으로 헝가리와 세르비아, 남쪽으로 도나우강을 끼고 불가리아와 국경을 접한다. 낯설지만 낭만적인 이름의 ‘흑해’와 접한 나라기도 하다. 언어는 루마니아어를 쓰는데, 내가 갈 곳인 부쿠레슈티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EU에 가입한 국가이며, 동유럽에서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땅이 큰 국가이기도 하다. 부쿠레슈티는 루마니아의 수도이다.
하지만, 역시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키워드를 제시하면 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에펠탑, 영국의 해리포터, 폴란드의 쇼팽처럼. 루마니아는 이 두 키워드를 말하면,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큘라’, ‘코마네치’.
아직 나도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드라큘라, 코마네치 그리고 차우셰스쿠. 이 정도가 내가 갖고 있는 루마니아에 대한 정보니까. 그래서 조금 두렵다. 루마니아에서 지낼 숙소는 괜찮을까, 루마니아 학생들은 날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루마니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루마니아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루마니아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설렌다. 부쿠레슈티 대학교는 사진만큼 멋질까. 부쿠레슈티 올드타운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루마니아 학생들은 얼마나 귀여울까. 루마니아 음식은 얼마나 맛있을까. 유럽 여행은 얼마나 즐거울까. 내가 지내게 될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라는 도시 이름은, 이곳에 살았던 양치기의 이름인 ‘부쿠르(Bucur)’에서 기원했다. ‘부쿠루’의 뜻은 바로 ‘기쁨’이다. 어쩐지 애니메이션 ‘기쁨이’가 생각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기쁨이라는 누군가의 이름에서 시작된 이 도시는, 결국 기쁨이 넘치는 곳이란 의미의 ‘부쿠레슈티’가 되었다.
사람이나 도시나 이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라냐라는 단어에 ‘love’가 있기에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부쿠레슈티에는 ‘기쁨’이 있어 더 즐거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상한 확신이 든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삶은 분명히 즐거울 것이라고. 비록 아직 싸야 할 짐이 산더미지만, 이것까지도 즐겨보기로 했다.
즐거움이 넘치는 곳으로 떠나는데,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