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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첼리나 Sep 16. 2024

루마니아 대학교 vs 한국 대학교

부쿠레슈티 대학교 한국어,한국문학학과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짓긴 했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부쿠레슈티 대학교'와 '한국어 한국문학학과' 소개이다. 헤헤. 물론 한국 대학교와 루마니아 대학문화도 비교해보고자 한다.




유럽의 대학은 한국과 달리 캠퍼스가 없다. 도시 이곳저곳에 단과 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다. 낭만도 낭만이지만, 우리 단과 대학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을 볼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한국이라면 공강 시간에 캠퍼스를 설렁설렁 구경하는 게 가능한데, 루마니아에서는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꼼짝없이 연구실에만 있어야 했다. 시간이 꽤 흐른 후에야, 다른 단대 건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물론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검색 사이트에서 부쿠레슈티 대학교를 찾으면 아래와 같은 사진이 나온다.     


Old Building


예쁘고 고풍스럽지만, 우리 단대 건물은 아니다. 우리 건물은 이곳에서 걸어서 15분쯤 가면 나온다.



요건 부쿠레슈티 대학교 도서관, 실내도 무척 예쁘다.

도서관



대망의 우리 단대, 외국어 외국문학 대학 건물.

짜란.

누리끼리

원래 어문학부 건물이 한국도 제일 낡고 후졌잖아요.

흑흑.

문이 얼마나 무겁게요?


우리 학교로 학회를 오신 교수님들께서, 학교 위치를 설명하는 나에게 건물 색깔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노란 계통의 색인데, 노란색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래서 나의 대답은?

    

“누리끼리?”     






암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부쿠레슈티 대학교의 역사를 짧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694년 설립되었고, 유명한 작가, 국무총리 및 대통령 등 루마니아의 주요 인사들을 꾸준히 배출한 명문 대학이다. 현재 약 4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한국 사람이 알 만한 사람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수영 천재 ‘다비드 포포비치’가 있다. 심리학, 교육과학 학과에 올해 10월 입학할 예정이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고 루마니아에서 행사중인 포포비치





부쿠레슈티 대학교의 한국어학과는 1996년 개설됐는데, 처음엔 “Third Language”였다. 전공과 부전공 외의 기타 복수 전공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2005년 한국어학과는 동양어문학과의 ‘부전공 과정’으로 승격한다. 이름은 부전공이지만, 입학할 때부터 전공과 부전공을 같이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과정이 녹록지 않다.  2017년까지 2년에 한 번, 격년으로 신입생을 모집했지만, 2018년부터는 매년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동양어문학과 가운데 인기가 제일 높은 학과 가운데 하나이다.

      

BTS를 주축으로 한 K-POP 아이돌님들이여, 당신들 덕분입니다. K-POP도 안 듣고, 그룹 이름도 모르고, 멤버도 구별 못 하며, 심지어 K-드라마도 보지 않았지만, 매일 당신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강의했답니다. 제발 사고 치지 마시고, 오래오래 아이돌 해먹으세요. 당신들 덕에 먹고 사는 사람이, 외국에 꽤 있어요.     



첫번째 한국학과 교실 (벽면의 그림은 학생들이 그린 것)


암튼 ‘한국어·한국문학학과’는 한국과 달리 3년제이다. 그리고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20여 명 (나중엔 30여 명 가까이 늘었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쭈욱 같은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다. 자유롭게 강의를 선택해서 수업을 듣는 한국과 달리,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는 루마니아 학생들은 마치 우리의 고등학교를 보는 것 같았다. (이런 학사 시스템은 중국도 비슷했다.)     


또 신기하면서 피곤했던 건, 시험 시스템이었다. 부쿠레슈티 대학교 성적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였다. 한국에서는 상대평가의 늪에서 매 학기 고통스러웠는데, 절대평가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루마니아에는 ‘재시험’이 있다. 학생들에겐 좋은 시스템이지만 교수자에겐 여간 번잡스러운 게 아니다.      

재시험 대상자는 F를 맞은 학생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성적을 받고 싶은 학생에게도 해당 된다. 더 중요한 건 재시험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던, 무지렁이 한국인 교수는 가차 없이 F를 날리고, 재시험에서도 과감하게 F를 줬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또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재시험은 총 5번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까지는 무료지만, 세 번째부터는 학생들이 시험료를 내야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F를 주는 것에 굉장히 신중해졌다는 건 안 비밀.


재시험을 보면서 다른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너무 많은 기회를 주는 것같다고, 나는 불만을 표했다. 재시험 믿고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고, 재재시험에도 공부하지 않고 오는 학생도 있었으니. 시험 문제 내는 교수만 죽어난다. 재시험은 두 번 정도에서 끝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유럽 문화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지.


2023년 11월에 개관한 코리아코너. 이 벽면 그림 역시 학생들의 작품

    

루마니아 대학 문화는 한국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정말 다르다. 처음엔 이 ‘다름’을 몰라 실수도 꽤 했고, 의문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한국보다 루마니아 대학 문화에 더 익숙해진 나를 발견한다.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것, 이게 외국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물론 그 선물을 제대로 즐기기까지는 눈물, 콧물을 쏟아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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