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사랑하는 호칭, '김 선생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이름 앞, 뒤로 호칭이 붙는다. 나의 첫 번째 직업은 ‘구성작가(방송작가)’였지만, 나이가 워낙 어려서인지 ‘작가님’보다는 이름을 부르는 이가 많았다. 나이를 먹으며 ‘작가님’이란 소리를 들을 때쯤 나는 늦깎이 대학원생이 되었다. 대학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호칭이 생기는데, 그것은 바로 ‘선생님’이다. 후배, 동료, 선배 모두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대학원 문화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강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새로운 호칭이 하나 더 붙게 된다. 그것은 바로 ‘교수님’. 지금 들어도 낯간지럽고,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호칭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시간 강사는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호칭도 아니다. 이 호칭은 날 학생들 외에 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인, 친척들이 주로 사용한다.
외국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호칭은 ‘교수님’에서 ‘선생님’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중국과 루마니아 대학생들은 나를 ‘김 선생님’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선생님이 교수님보다 자연스러운 것인지, 교수보다 한국어 교원들이 더 많아서 그런 것인지, 교재 때문인지, 내 본명이 어려워서 그런 것인지.
작가님, 교수님, 선생님.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선생님'이다. 특히 '김 선생님'이라 말하는 아이들의 귀엽고 말간 얼굴과 목소리는, 상상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이런 연유로, 제목을 ‘루마니아의 김 선생님’으로 정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루마니아의 김 선생님이었다. 2019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대학교 한국어 한국 문학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5년 동안 쌓은 추억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많다. 안타깝게도 그 소중한 추억은 스마트폰의 사진으로 비루한 기억 속에서 드문드문 존재한다. 게으른 천성 때문에 정성스럽게 추억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도로 간 내 베프가 소소한 일상을 브런치에 적어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는 생각과 함께 부러움이 밀려왔다. 시간이 꽤 흐른 후에도 인도에서 보낸 시간을 또렷하게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게으른 나도 도전하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루마니아의 김 선생님으로 살았던 5년을 하나씩 풀어보기로.
아......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나의 두뇌와 기억력이 소중한 그 시간들을 제대로 꺼내서 보여줄 수 있을까.
힘내라, 노쇠한 나의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