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버스
부쿠레슈티는 차가 많다. 정말 많다. 차도 매일 막힌다.
정방형으로 도로를 설계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내 생각엔 그냥 차가 정말 많다. 재미있는 건 한국과 달리 주말엔 차가 막히지 않는다. 다들 집에 있거나, 교회에 가기 때문이라고.
한적한 대전에서도 사람과 차 구경하기 어려운 한적한 동네에 살았던 터라, 초반엔 부쿠레슈티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걸을 수 없는 부쿠레슈티라서, 대중교통 이용은 필수인데, 초반엔 저렴한 가격으로 '우버'를 사랑했다. 이 마저도 나중엔 가격이 꽤 올라서 타기 어려워졌다.
부쿠레슈티는 대중교통이 나름 잘 되어 있어서, 시내를 이용하는 건 지하철, 버스, 트램만 이용하면 아주 쉽다.
특히, 버스와 트램은 어플을 사용해서 90분까지 무제한으로 환승이 가능하다. 아쉽게도 지하철은 따로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데, 한국의 신용카드로 탈 수 있다.
버스는 (새 트램도) 신용카드, 트래블 카드로 찍고 탈 수 있는데, 고장 난 기계가 은근히 많다. 그래서 버스 이용권이나 24pay 어플로 이용권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버스 이용권은 버스 정류장 근처의 작은 구입처에서 살 수 있는다. 이 구입처가 아주 큰 곳을 제외하고는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주말에는 쉽게 살 수 없다는 뜻. 2회, 4회, 6회 등 원하는 횟수를 이야기하면 되고, 카드값도 따로 받는다. (물론 비싸진 않다.)
이 카드를 구입하고 난 뒤에, 버스에서 꼭 기계에 태그를 해야 한다. '삑-'소리가 들릴 때까지 태그 해야 한다.
태그 하면 앞으로 몇 회가 남았는지 기계에서 알려준다. 태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무임승차가 된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가끔 직원들이 불시에 우르르 버스나 트램에 타서 검사하는데, 걸리면 벌금이 80 레이이다. 버스 요금이 3 레이니까, 그냥 마음 편히 타는 게 낫다. 물론 루마니아 사람들은 진짜로 드럽게 많이 무임승차를 한다.
언젠가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네댓 명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타서 검사했고, 한 남자가 걸리고 말았다. 그 남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난리를 피웠다. 루마니아어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에이 더러워서 다음 역에서 내릴 거야!”
직원들도 그를 제지하며 고함을 질러댔고,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아쉽게도 나는 다음 역에서 나는 내렸다. (계속 구경하고 싶었음) 그 남자도 소리소리 지르며 내리다가 직원들에게 끌려 버스에 올라탔다.
얼마 안 하니까, 이용권 사세요. 외국인이 주요 검표 대상이랍니다.
나는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버스를 매일 타고 다녔기 때문에, 초반에는 한 달 정기권을 끊었다.
정기권은 요렇게 생겼어요.
한 달에 50 레이(이젠 80 레이)를 내면 트램과 버스를 마음껏 탈 수 있다.
정기권을 구입한 이후 생긴 후유증은, 충분히 걸어도 되는 거리를 무조건 트램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것. 정기권을 처음 만들 땐, 카드값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카드를 잃어버린 다음에 만들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정기권은 이미 값을 지불하였기 때문에, 버스를 타서 기계에 태그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이 카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태그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좀 불안했다. 기계에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두 근 반 세 근 반 하는 마음으로 태그 하지 않고 버스를 탔는데, 직원들의 검사에서 무사통과! 정기권은 태그 하지 않아도 됩니다.
참 버스는 모든 정류장에서 다 정차하니까, 버튼 누르지 마세요. 그리고 버스 정류장 표시가 아주 작아서 지나치기 쉽다.
제대로 된 정류장이 많지 않으니, 구글맵 보면서 주위를 둘러 보시길.
* 부쿠레슈티의 지하철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