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학습노트 제3화 : 뭐 어려울 거 있나?
애초에 생각은 그랬다.
1편 - 연대가 왜 필요한데 그저 싫고, 진짜 뭐지?
2편 - 나의 연대의 경험과 거기에서 느낀 점, 인사이트
3편 - 마지막엔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버무려 그래서 좋은 연대란 뭐고, 어떻게 하면 되겠다. 우리 어떻게 하자.
땡!
학원 단기 속성 과정도 아니고, 3개월에 연대를 알고 만드는 채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3개월 3편이면 연대에 대한 생각을 일단 보기 좋게 정리 해서 서랍 속에 고이 넣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연대에 대해 알고 느낀 바를 푹푹 퍼줘야지 했다.
나는 ‘연대’는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 함께 힘쓸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대라는 말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구리긴 하다(1편,2편 참조).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면서도 인간은 오히려 소외되는 거대한 위기의 시대-기후위기, 자본주의위기, 인권위기...위기위기위기- 에 개인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역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연대를 함께 공부하고 제대로 알기 위해 애초에 유영과 둘이서 하려고 한 프로젝트였는데, 우리 두 명으로는 의지가 딸릴 것 같아, 한두 명 더 모아보자고, sns에 '워크보트'라는 프로젝트이름으로 선원모집을 했다. 워크보트 선원모집은 의외로 호황이었고, 좋은 선원들과 함께 승선한 이 후에는 긍적적인 마음이 넘쳐, 연대의 경험을 나열하지 않고도 그냥 연대를 다 알 것 같았다. 조금 더 열린 마음이 되었다. 또, 워크보트를 시작한 순간부터 연대에 대한 경험도 바뀌고, 그에 따라 마음도 바뀌었다. 생각의 변화는 늘 있어 왔을텐데도, ‘연대와 협력’ 이라는 고정된 주제에 대해 워크보트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사람을 모으고 공부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며 매달 글로 적으니, 내가 매순간 변화하는 인간이구나 라는 것을 더 잘 느끼게 되었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상태, 연결되어 있는 감각 만으로도 우리는 연대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연결되어 있는게 연대니,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생각은 아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여유(space)와 능동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연결, 연대의 시작이다. 워크보트의 경우에는 1-2주에 한 번은 서로 편하게 이야기 가능한 시간을 조율 해 온라인에서 만났다. 워크보트 안에서는 연대와 협력에 대한 학습과 생각 공유외에도, 서로에게 삶과 일에 대한 하소연과 토로도 자연스레 나누게 되었다. 이제 6월, 첫 출항의 목적지가 거의 보이는 지점에서 있다. 함께 타지는 않았어도, 워크보트의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뭔가 우리가 워크보트를 하면서 알게된 것을 공유하고 싶다. 부디 기분 좋은 선물 보따리여야 할텐데. 고민고민.했지만, 합평 하는 날이 일주일 남은 시간 까지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지난 시간 동안 나의 글을 관심있게 봐준 친구들과 워크보트 멤버들은 마리는 마리의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면 좋겠다고 했다. 저명한 사람의 생각을 가져와 근거로 가져다 쓴 문단의 경계가 명확해 글과 유리되고 또 진부한 이야기라서, 그게 더 자연스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더 힘을 내, 이번엔 생각말고 의식이 흐르는 대로 내 얘기를 써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실은 연대하기가 싫다.는 마음이 튀어나왔다. 워크보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워크보트는 작지만 우리가 만든 우리만의 배로 서로 힘든 거 이야기 하고, 같은 관심사로 새로운 글이라도 발견해서 공유할 때 공명하는 우리가 있다. 좋다. 그런데, 뭔가 커다란 무엇인가를 위해 깃발 꽂고 연대하는 일원으로 세상을 사는 건 여전히 다른이야기 이다. 연대의 기조아래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내 자신에게 스멀스멀 깔리는 게 부담이다. 나로 존재하며 사는 것도 어려운데, 또 다른 사람과 연결의 주파수를 맞추고 같이 세상에 필요한 무언가를 위해 힘을 쓸 수 있을 까?
아니... 피곤하다...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