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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맘만 Sep 29. 2023

엄마 마음 같지 않은 아이

결국은 엄마 마음이다. 

상담 선생님께 말했다. 

“지금 아이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물어보세요?”

“네?”

물어보면, 되는 일인데 힘이 들었다. 


할 일을 하기를 바랐다. 해야 하는 일. 귀찮고 번거롭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도 스스로 하기를 바랐다. 

“뭐해?” 

라고 묻지만, 사실은 “공부해.” “씻어.” “학원가야지.” “숙제 했어?” 라는 말이었다. 

그럼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거나, 방으로 휙 들어가거나 씩씩 거리며, 짜증을 냈다. 

이런 과정이 반복 되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는 더 이상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관심한 척하며, 너 마음대로 하라고 말은 했지만, 눈으로 감시하고, 마음으로는 스스로 하길 간절히 바랐다.  


엄마가 나에게 항상 타령조로 하는 말이 있다. 

“너희 키울 때는 사는 게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데 시어머니가 와서 농사 일 좀 해주길 바라면, 그렇게 야속했다. 그래서 너희들 농사일 하는 거 싫다.” 

퇴직 후, 시골에서 엄마는 소일거리로 농사를 시작했다. 땅이 노는 게 아까워서, 남들이 다하니 나도 안할 수 없어서, 할 일 없으니 노는 것 보다는 일하는 것이 이유가 돼서 농사일은 점점 커졌고, 엄마 혼자 힘으로는 하지 못할 상태에 이르렀다. 

그래도 정말 나는 한 번도 농사일을 돕지 않았다. 그러면 엄마는 전화 와서 매주 옆집 누구는 온 가족에 사위까지 와서 일을 도운 이야기를 하며 웃고는 전화를 끊는다. 주말 마다 어디냐고 묻는 엄마에게 행선지를 제대로 이야기 한 적이 없다. 주말마다 어딘가에서 걷고 있었고, 차를 타고 있었고, 시장에 가 있었다. 그러면 엄마는 “또 나갔나?” 했다. 엄마와 나는 서로의 마음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지 못한다.   


이중 구속(double bind) 또는 이중메시지(double message)는 의사소통패턴을 설명한 이론으로 두 개의 다른 메시지를 던져서 상대를 꼼짝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 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산 물건, 내가 사는 모습을 보며 한마디씩 덧붙이는 엄마를 보면,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내 이야기를 안 하고 숨기는 것처럼 아이도 진짜 이야기를 안 하기 시작했다. “해라” “하지마라” 같은 명령조의 말이 하고 싶지만, 대신 “뭐하는데?” 라는 말로 아이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는 알았다. 내 표정을 보고, 말을 통해 흘러나오는 마음을 보고 느꼈다. 


엄마는 답이 있는 질문을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기는 오답인 것을. 


나는 나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괴로웠고 힘들었고, 지쳤었다. 


<엄마수업>에서는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질 것, 

‘옳다’, ‘그르다’ 시비를 내려놓을 것, 

자기감정에 너무 매달리지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집착하며, 아이와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옳다’, ‘그르다’ 나누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 감정에 매몰되어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면서 괴롭게 살아왔다. 


감정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감정은 이해 받으면 사라진다.

감정은 이해해달라는 신호다. 


처음 “감정 코칭” 책을 읽고, 아이에게 책에 나오는 말 그대로 아이에게 말 했다. 

“정말 속상했겠다.”

아이는 바로 말했다. 

“엄마, 진짜 그렇게 생각해?”

아이의 아빠도 말했다. 

“책 읽는 것 같아요.” 

정말 마음 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으며, 표정관리 하고, 힘들게 한 말인데, 냉정하고 혹독한 피드백을 받은 순간 진심으로 연기학원이라도 다니고 싶었다. 


연기 학원 말고 감정 코칭


연기학원 대신 감정 코칭을 배우러 갔다. 책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가서 저녁이 되어야 오는 6개월짜리 수업이었다. 주말마다 나가야 하는 가족의 스케쥴이 틀어지고, 남매의 심심타령에 신랑은 온전히 독박 육아를 해야 함에도 감정코칭 2급 연수를 받으러 갔다. 수업 시간마다 말 하나도 놓치기 아깝다며 적기 바쁘신 나이 지긋하신 간호사 어머님, 아이가 다 크고 나서 감정 코칭을 알게 되어 너무 속상하다던 세련된 사모님 어머니, 공부방을 하시는 분위기 메이커 이셨던 고3 딸을 둔 어머니, 아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와이프의 권유로 왔다는 아버님, 상담심리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 남매, 상담센터에서 상담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로 수업 강의실이 꽉 찼다. 


감정 코칭의 핵심은 아이 스스로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매 시간 문제 상황만 정해져 있고, 같은 조 수강생들이 역할을 나누어 감정 코칭을 실습하는 시간이 있다. 같은 수강생들이 문제 상황에 놓인 자식이나 학생의 역할을 하는 실습시간에도 감정 코칭형 부모가 되는 것은 힘들었다. 


조별 실습에서도 되지 않았던 것이 난이도 상에 해당하는 아이 앞에서 되겠는가? 당장 내가 할 말들을 썼다. 아이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 상황들은 거의 반복 되었기 때문에, 문제 상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 상황을 떠올리며, 할 말들을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어 써 보았다.


내 이야기로 내 스타일로 나에게 맞는 상황으로 다시 연습해야했다. 감정 코칭형 부모의 “대사”가 떠오르지 않으면, 다시 책을 펴고, 외웠다. 


아이의 감정과 상황을 정리해주는 것이 감정 코칭이다. 정리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10번 중에 3-4번 정도만 해도 효과가 있다. 항상 잘하지 못해도, 된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아이의 행동 대신 감정을 봐라. 아이의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를 좋은 기회로 여겨라. 매 순간 결정적으로 놓친 중요한 부분이었다. 행동에 숨겨진 아이의 감정, 오히려 부정적 감정이 보이는 순간이 좋은 기회다. 되새겼다.


아이 감정 코칭 말고 내 감정 부터 


감정 코칭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자기를 먼저 돌아 보는 것이다. 내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상대와의 관계에서 내 마음이 불편할 때 나-전달법으로 내 마음을 온전히 전달해야 한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 상황을 설명하고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을 알려야 한다. 

“객관적인 상황+그리고 내 마음” 세트로 쓰기.  


아이는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면 어김없이 문제가 생겼다. 그 상황을 떠올리며,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내가 해야 할 훌륭한 대답을 또박또박 써보았다. 

<네가 틀린 문제를 고치다가 소리를 지르면, 나는 깜짝 놀라고 귀가 아프고 짜증이 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하기 싫은 일을 하다 결국 아이는 아이의 동생과 싸웠다. 그 상황을 떠올리며, 또 다시 내가 할 말을 또박또박 써 보았다. 내 불편한 마음을 솔직하게 알리자. 일단은.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서로 놀리는 것을 보면, 엄마는 짜증이 나. 결국 고자질을 듣게 될 것이고 그런 식으로 너희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어지는 내 불편한 감정들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한나절 아이와 씨름 하고 나면 에너지가 하나도 남지 않았고, 퇴근한 신랑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흰 종이 위에 또박또박 써보았다. 

<요즈음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어 힘이 드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저녁 설거지와 아이들 저녁 공부를 확인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책 읽는 것 같다고 놀리던 신랑이 떠올랐고, 과연 진짜 신랑 앞에서 메소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도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 “대본”부터 또박또박 썼다. 


항상 정신이 너덜거릴 때면 어김없이 “어무이” 한테 전화가 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항상 같았다. “니는 연락도 없나?”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보자 입술을 질끈 씹으며, 또박또박 썼다. 

<연락도 없나? 라는 말을 들으니, 나는 매번 먼저 연락해야 하는 사람인가 싶어, 조금 거슬리네요. 걱정되고, 궁금하면 편하게 먼저 연락주세요.> 그래 니 잘났다 하겠지만, 진짜 잘난 대답을 써 보는 것으로 조금 통쾌했다. 


모자관계를 배우기 위해 감정 코칭 연수, 상담 대학원을 뛰어다니며 간신히 멘탈 잡고 책상 앞에 힘들게 앉는 나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이들의 “심심해” 타령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는 좋은 엄마 코스프레를 버리고 용기 내서 말해야 한다. 하지만 기지도 못하는 아이가 걸을 수 있겠는가? 말을 못하겠으니, 일단은 써보았다. 

<엄마가 과제 중이라서 지금은 같이 놀 수 없어. 같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오늘은 과제를 끝내야 해.>


웃는 엄마, 행복한 엄마도 아이를 위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가 기분 안 좋냐고 자꾸 물어보면, 속상하고 짜증난다. 그때 내가 왜 속상하고 짜증났는지를 찾아서 그대로 전달하고, 내 마음도 그대로 표현해 주자. 

<기분 안 좋아요? 힘들어요? 라는 말을 들으니 행복한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안 된 거 같아 괜히 속상하네. 조금 쉬다 보면 기분이 괜찮아질 것 같아.> 


말하지 않아도, 쓰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정리가 되고, 마음이 덜 불편해 졌다. 관계가 편안하고 정직한, 자존심에 대한 위협은 없는 꼭 필요한 말, 할 말을 직접 해 보지 않아도 쓰는 것 그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용기내서 말하기가 자신 없다면,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마음을 바로 보자.


불쑥 올라오는 마음이 슬픔, 짜증, 화, 분노, 두려움, 모호함, 미안함 같은 불편한 감정일 때는 바로 보는 것 자체가 어렵다. 

{(힘 빼고) 다 괜찮다.}

{(숨 쉬며) 그럴 수 있다.}

주문을 외우자. 

그리고 그냥 마음을 보자.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관계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고, 실패하면, 다시하면 된다. 


“오늘도 정신없이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닥치느라 피곤하지?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고, 잘 하는 게 맞나 싶고, 애썼어. 오늘 하루도 애 썼어.” 

맥주 한 캔 넘기며, 스스로에게 먼저 말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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