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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맘만 Sep 15. 2023

엄마, 아들의 세상에 "똑똑" 노크합니다

하마터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할 뻔했다

"아이 스마트 폰 꼭 사줘야 하나요?"

"아이 게임 몇시간 하나요?"

"하교 후 스케쥴 봐주세요."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인터넷 맘까페에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다. 질문 글에 달리는 답 글에는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우리집 아이는 중학생인데, 아직 폴더폰 씁니다. 아이는 큰 불만 없어요."

"게임은 주말에 두시간 몰아서 합니다."

"월수금 2시간씩 영어, 화목 2시간씩 수학, 토요일에는 과학, 예체능해요." 

내가 보고 듣는 세계의 답변을 보며, 나는 내 아이를 맞추려고 한다. 




반면 아이는 "엄마, 대신이는 최신형 스마트폰 샀대. 준희도."

"친구들이 밤에 게임할 수 있어서, 나 밤에 게임해야해."




아이의 세계는 또 다르다. 




남들도 내 생각과 같을 것이라고 믿는 착각을 허구적 일치성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고 한다. 이는 실제보다 많은 사람이 자기 의견에 동의할 것으로 오해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태도 혹은 행위가 남과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것이라고 믿는 경향을 뜻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행동을 보편화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다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한다. 그러다 나이가 더 많은 나에게 너를 위협하는 무기가 등장한다. 



"내가 하는 생각과 말이 너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라는 

자만심. 

"그래도 내가 네 부모인데..."라는 

권위의식이 바로 그 무기이다. 





교사니까, 아이는 훤히 안다 생각했다. 만난 학생이 몇인데, 너 하나 잘 키우기 위해 완벽할 준비되어 있었다. 융통성이 없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나는 규칙대로, 매뉴얼 대로, 정해진 대로가 너무 편한다. 인터넷 까페 질문에 훌륭한 답글을 매뉴얼 삼아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했는데, 아들은 납득이 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앞 뒤 없이 세례 받으러 가자는 엄마 손을 꼭 잡아 주었고, 타로 카드를 펼치는 나에게 네 고민을 이야기했다. 어느 해는 아들과 애니어그램 센터에 갔다. 아들과 나는 벽에 붙여진 종이에 서 있는 서로의 몸을 그려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스스로의 모습과 관련된 카드를 골라 그려진 몸 위에 붙였다. 

180장의 카드 중에 우리가 똑같이 고른 카드는 없었다. 

"정말 그래?"

"헐..."

"진짜?"

"대박"





어느 날은 사주 공부를 하는 나에게 자신의 신년운세를 봐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엄마 매뉴얼에도 씌여 있지 않지만, 

나는 그냥 내 식대로 복채받고 아들 신년운세를 봐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나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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