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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맘만 Oct 13. 2023

사춘기 아이와 별일 없이 산다

적당한 거리 지키기

편안하고 안전한 집을 만들 것,

아이도 엄마도 자유로울 것,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커서 같은 엄마가 될 것, 다 좋다.


아이의 아빠는 종종 동물의 세계를 설명했고, 육감으로 본인의 의견을 주장했다.

아이 밑에 있으면 안 된다 했다.

기껏 감정 코칭 하고, 집착하는 마음 다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구만, 이것은 또 뭔 말인가, 아직 멀었다 싶었다. 아이는 벌써 중학생인데, 그 아이 위에 있는 기술 까지 배우고 나면, 이미 다 커버릴 것 같아, 다시 조바심이 났다.




어린 엄마 아빠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에게 수면교육을 하기러 결심했다. 휴대폰 메모장을 꺼내 진통하는 시간을 적으며, 몇 분 간격인지 살폈던 엄마와 엑셀 시트에 신생아 분유 주는 시간을 빼곡하게 적던 아빠는 좀처럼 자지 않는 아이에게 수면교육은 필수라 생각했다. 한밤 중에 일어나 젖병에 분유를 타고, 분유를 물려주면 다 먹고 이어서 자야할 아이의 눈이 땡글땡글 빛났다. 팔다리를 움직이며 달아나는 잠을 더 멀리 쫓으려는 아이의 발버둥이 매일 이어졌다. 한밤 중에 먹여야 할 분유는 자기 전 배불리 먹여 쭉 이어서 통잠을 재워야, 아이도, 엄마도, 아빠도 살 것 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먹는 것, 자는 것은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제공하는 것이 그것이 부모의 할 일이라 이야기했다.


외국 부모는 갓난 아이 때부터 아이와 분리하여 자며, 이것은 오히려 아이와 엄마의 수면의 질을 좋게 하고, 독립심있는 아이로 키워준다 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깨어서 우는 아이도 양껏 배불리 먹이고, 통잠을 잘 수 있게 토닥토닥 해준 뒤 아이를 그냥 방에 두고 나오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마침내 아이는 스스로 잘 수 있다는 수면 교육을 시작했다.


잠을 좀 더 자기 위해 내 욕심을 차리기 위해 하는 건 아닌가,

수면 교육을 결정하고도 희생 정신이 부족한 스스로를 탓하며, 최선의 선택이 맞았는지 걱정했다.

수면 교육 실행 당일까지 흔들리는 어린 엄마를 보며, 어린 아빠는 혼자 하겠다 했다.

아이 방에 들어가 우유를 주고, 토닥토닥 하며 아이를 토닥여 주다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도 전해졌는지, 아이는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애 끓게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지러지게 제법 오랜 시간 울다가, 점점 시간이 짧아지고 마침내는 스스로 잔다고 수면 교육 전문가, 선배들은 말했다.


깜깜한 밤.

아이의 울음 소리만 쩌렁쩌렁 울렸고, 울음 소리는 잦아들 기미도 없어보였다.

점점 속이 타들어가고, 수면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생각들을 다시 반복해서 했다.


'이것은 키우는 엄마 편하자고, 만든 합리화일 뿐이다.' 결국 영아기 아기에게는 원하는 것을 조건 없이 해주고, 조건없는 사랑을 받은 아이는 안정된 마음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도저히 못하겠다며, 방문을 열려 했다.


아이 아빠는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

그냥 자라고,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지금이라도 자둬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낮에도 버틸 수 있다 했다.


그래, 하루하루 버틴다는 표현이 맞았다. 어떻게든 내가 버티고 살아야 아이도 살 테니,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방법이었다. 수면 교육이 성공을 한 건지, 수면 교육보다 더 중요하고 힘들었던 아이의 아토피로 수면 교육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건지, 모르겠다. 아이, 엄마, 아빠의 상호작용은 이런 패턴으로 이루어졌다.


출렁거리는 엄마 잔잔해 보이는 아빠


엄마는 아이의 일이라면, 본인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최우선의 일이 아이의 일이었다.


밥도 대충 말아서 허기만 채우면 되지만, 아이는 정해진 양을 정해진 시간에 먹여야 했다.

형편에 적당한 하지만 제일 좋은 음식을 먹여야 했다. 그것이 엄마가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아이 책으로 바뀌었다.

아직 똥 오줌도 못가리는 아이의 책은 엄마 책보다 많아지고, 그나마 있던 엄마 책들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들 뿐이었다.


엄마의 하루하루가 거세게 파도치는 시커먼 바다라면, 아빠의 하루하루는 잔잔한 호수 같았다. 엄마의 마음도 높게 출렁이며 왔다 어느 돌에 부딪혀 한가득 포말을 잔뜩 뱉어내는 바다였다. 어떤 에너지도 없었지만, 남은 에너지를 쥐어짜면 겨우 나오는 희미한 에너지 마저도 출렁이는 마음으로 다 뱉어버렸다. 불안한 듯, 안쓰러운 듯 바다만 바라보는 아빠는 에너지가 다한 엄마가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때, 묵묵히 조용히 할 일을 자신의 스타일로 처리했다.


먹는 데는 관심도 없고,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는 아이 엄마.

반면, 아이 아빠는 그릇에 담아 음식을 먹기 전에 냄새를 맡고, 촙촙 거리며 음식을 먹었다. 맛있게 먹었다.


신혼 초 용을 쓰고 애써가며 한 내 요리에 냄새를 맡는 신랑을 보며, 불쾌했다. 상한 음식을 감별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냄새 맡기는 음미하기의 느낌으로 신랑이 먹기 전에 치르는 의식 같은 행위였다. 냄새 맡을 시간에 얼른 먹고 치워야 하는 나와는 달랐다.


아들, 딸과 놀아주느라 지리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이 아빠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집 근처 스터디 까페에 간다 했다. 부러웠다. 멋있어 보였고, 아이 엄마도 스터디 까페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면, 아이 아빠는 그렇게 하라 했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하라 했지만, 그렇게 답하는 아이 아빠가 미웠다. 너 하고 싶은 거 하는 대신, 아이 보고 살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말, 아이 아빠 말도 맞았다. 맞는 말이라서 더 싫었다.


스스로가 선택한 방법 임에도 아이 엄마는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다. 함께 출렁이는 것이 부부라 생각했다. 출렁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잔잔한 호수는 얼마나 지루한가. 갑갑하고, 답답한가. 때로는 원망스러웠다. 출렁이는 게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잔잔해지고 싶기도 했다. 어느 것과도 연결되지 않은 잔잔한 호수에는 평온하고 즐거운 아이들이 잠시 오리 배를 타러 들르는 곳이기를 바랐다.


엄마와 아빠, 우리는 그렇게 대척점에 있었고, 그 사이에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기분이 좋을 때, 신날 때 아빠와 이야기 하길 바랬다. 목소리는 한껏 상기되어 있었고, 둘의 티키타카는 부러웠다. 반면 아이는 아프고, 힘들 때 엄마를 찾았다.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엥엥 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빠는 엄마의 서열이 아이보다 아래에 있다고 아이가 본능적으로 알아서 그렇다 했다. 엄마는 막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아이가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화나거나 짜증날 때 쓰는 말투, 행동이 엉망이라 했다. 엄마가 틈을 줘서 그렇다는 늬앙스로 이야기했다.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대답했다. 엄마마저 아빠처럼 강하고, 카리스마 있게 바뀌면, 아이가 힘들고 아플 때 누구한테 가냐고 물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 일이 엄마가 되는 것은 속상했지만, 별수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것은 아이의 일이라 했다. 확실했다. 까만색 유성 매직으로 몇 겹이나 진하게 선을 그어 버렸다. 그 선 바깥에 아이와 엄마가 있었다.



적정선 찾기


아이에게 짜증 섞인 말, 화내는 말투, 잔뜩 찡그린 얼굴로 대화하고 나면, 결국 드는 생각은 ‘너나 나나 똑같구나.’ 싶다.

“잠깐만. 나는 그 말 들으면 불편하거든. 욕은 하지 마. 동생한테 속상한 거 있어? 그것 때문에 서운했어? 속상하고 서운할 꺼야. 엄마는 너가 화난 거 이해해.”

고쳐야 하는 행동은 지도해야 한다.


“재미있어? 재미있나보네. 언제까지 할거야? 1시간? 40분? 30분하자.

(25분에 알리기)

시간이 너무 잘가, 짜증나, 더 보고 싶어, 구시렁(못들은 척하기)

끄기 힘들었을 텐데 잘했다.”


가족 간에 명시적으로 지시되거나 원칙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면서도 반복되는 상호작용 때문에 패턴을 형성하게 되고, 결국은 가족 상호작용이 예측 가능해진다. 가족 간에 반복되는 상호작용의 형태 속에서 가족 구성원의 행동을 통제하게 되는데 이는 오랜 기간의 가족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구조는 이후 부지불식간에 가족 구성원에게 규칙을 부과하고, 무의식적으로는 그들의 상호작용 양식을 규정한다.


구조적 가족치료 모델에서는 가족 구성원 간의 경계선이 명확한지, 혼돈되었는지, 엄격한지에 따라서 하위체계의 관계가 다르다고 전제한다. 서로 분명한 경계를 가지면서도 필요할 때 활발하게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명확한 경계이다. 반면 하위체계 간에 강력하게 분리된 상태를 만들게 하며, 가족체계 내에서 가족 구성원은 각각 분리, 고립되어 있으며, 이러한 가족은 외부 사회체계와도 엄격한 경계선을 유지하여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며, 엄격한 경계선으로 가족 구성원 간의 경계선 역시 나뉘어진 경우이다. 마지막은 혼돈된 경계선으로 엄격한 경계선과는 대조적으로 모든 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일에 지나치게 관여,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지지하는 등 혼돈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서로 분명한 경계 안에서 필요할 때 활발하게 소통하고 공유하는 가족 분위기를 만드는 것.

아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아이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했다.

반면 아빠는 아이와 의미있는 소통 시간을 늘리고, 아이와 공유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아빠는 여행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와 함께 여행 동영상을 만들었다. 자막을 만들고, 배경음악도 깔고, 사진도 선별해서 근사한 작품을 만들었다. 만들기나 컴퓨터 작업, 프로젝트 관련 과제도 아빠는 할 수 있는 만큼 아이와 함께 했다.


엄마의 경우, 아이의 일은 먼저 해주지 않았다.

과제를 하거나 준비물을 챙길 때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면, 함께 챙기는 연습을 했다.

저녁 8시,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이다. 늘어지는 몸을 기대어 리모콘을 돌리고 있었더라도 꺼야하고, 하루치 사용량이 남아있는 휴대폰일 지라도 거실로 반납해야 한다. 엄마와 아빠는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거나 글을 쓰고, 아이는 숙제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시간을 정해 모두가 함께 각자 할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부터 그럼 시간을 바꾸자, 요일마다 다르게 하자 등등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얼마든지 많다. 해야 하는 이유마저 복잡하게 만든다.

그냥 하는 거다.

더 좋은 방법을 찾는 다는 핑계로 생각이 많아지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물론 아이가 의미 없이 2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도 묵묵히 내 일만 할 뿐이다.


책임은 온전히 아이가 지는 것이고, 매일 우리는 기분 나쁘지 않게, 감정 상하지 않게, 매일 저녁 8시의 의식을 할 뿐이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선과 건강한 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선을 지키며 연결되는 일상이 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연습한다.




점점 아이는 동네 외출은 거의 가려고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든 딸도 슬슬 빠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신랑과 나 둘만의 데이트인 셈이고, 아이 둘은 자유 시간인 셈이다. 점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화장실까지 "엄마, 엄마" 부르며, 따라오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혼자 콕 박혀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같이 나갈까?” 물어보면 “생각해볼게.” 대답한다.

친구가 “같이 놀래?” 하면 쏜살 같이 나가버린다.


친구가 좋고,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은 이 날이 성큼 다가오니 한편으로는 편안하면서도 실감이 안 난다.


스스로 자립시키기 위해 힘들게 기저귀를 떼고, 젖병을 뗐다. 이제 스스로가 자립할 준비를 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건 온전한 믿음이다.


아이가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에 노크하고 걸어가기를,

활짝 연 세상이 우리 함께 한 여행지처럼 우리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이의 세상은 한 컷 사진을 남기는 차려 입은 여행객이 잔뜩 붐비는 곳도 좋고, 느슨한 옷을 입고 땀 냄새 풍기는 현지인이 차려주는 로컬 맛집이어도 좋다.


혹여나 세상 여행에 상처 받고 피곤해 질때면, 엄마 아빠 머무는 이 집에서 오롯이 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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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상담 김유숙

청소년을 위한 감정코칭 최성애, 조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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