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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Jun 27. 2021

암 진단을 받은 후 하지 말아야 할 일

병원에서 갑상선암 확실하다는 소견을 듣고,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집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족에게 말하는 것도 펑펑 우는 것도 아닌 인터넷 검색이었다.

갑상선암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진행속도가 느린 거북이암이라는 얘기를 뉴스에서 많이 듣긴 했지만 내 얘기가 되니 좀 더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먼저 건강 정보부터 찾아봤더니 갑상선암은 듣던 대로 진행속도가 느리고, 예후가 좋은 암이며 다른 암들과 달리 환자의 나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40세 이하면 좀 더 좋은 예후를 보인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우선 40세 이하였던 나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유두암일 경우였다. 한 종류일 줄 았았던 갑상선암은 여러 종류가 있었고, 그중 미분화암은 수개월내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갑상선암이었다. 착한 암이라더니 거북이암이라더니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미분화암은 60세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며 전체 갑상선암의 1% 미만이라고 했지만 그 낮은 가능성에 내가 포함 안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분명 의사는 나에게 죽을병이 아니라고 했는데 어쩌면 죽을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워졌고, 그날 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미분화암에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은 최악의 상황이니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은 곳의 숨어있던 미분화암이라는 단어가 드문드문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대비하는 게 먼저라며 스스로를 계속 설득하며 지우려고 애썼다.


계속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만 검색을 하다 한계를 느낀 나는 갑상선암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갑상선암 전문 카페에 가입했고, 실제 환자들의 생생한 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예후가 좋고 진행이 느린 암이어서 잘 치료받고, 금세 일상을 회복했다는 후기들을 기대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안 좋은 후기들과 질문, 답변들이 많았다. 수술한 지 1년 만에 재발, 갑상선 호르몬제 부작용, 수술 몇 년 후 다른 암 진단 등 미분화암에 이은 공포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용기를 얻으려고 가입한 카페에서 공포를 배로 얻다니 뭔가 잘못된 걸 느꼈고, 검색을 멈췄다.

생각해보니 꼭 많은 정보를 얻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라는 속담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매일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그 정보들 중에는 요즘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처럼 거짓 정보도 있고, 과장된 정보도 있고,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정보들도 있다. 암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정보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았던 것이다. 나의 병중 상태와 치료 방법, 주의 사항 등은 담당 의사가 알려주며 추가로 궁금한 점도 병원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카페에선 좋은 예시보다는 안 좋은 예시들이 더 많고, 거기에 더 안 좋은 특수 케이스들까지 더해져 암에 대한 두려움을 더 키울 수 있다. 이 점은 일반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도 추측 가능한 부분이긴 하다. 내가 암 수술을 잘 받고, 회복하여 이전처럼 평온하게 지낸다면 카페에 글을 쓰기보다는 현재 생활에 집중하게 되고, 질문을 할 일이 없다. 그리고 자칫 암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카페에서 자랑글처럼 느껴질 수 있어 쓰기 조심스러운 면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겪어보니 몸이 아프면 마음도 같이 아프게 되어 약해진다. 마음이 약해지니 감정의 동요도 심해서 나한테 일어나지 않은 정보들을 보고,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얹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암 진단을 받거나 암이 의심될 때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바로 '과한 인터넷 검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정보가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병원에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점들이나 궁금하지만 질문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친절히 알려주기도 하고, 모범적으로 잘 치료받고 건강하게 지내는 후기들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쁜 경우들에 대한 질문 또는 후기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병원에서 제공하지 않는 궁금증들만 최소한으로 보라는 것이다. 이미 암이라는 큰 병을 앓고 있는 것만으로 힘든데 정보를 찾다 더 힘들어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내가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의사가 말하지 않았던 미분화암을 찾아내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꼭 찾아야 할 정보도 있다. 그 정보는 다음 편 '암 진단을 받 후 해야 할 일'에서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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