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시>

by 마림



그제야



마림(眞林)



나는 오래 나를 스치며 살았다


내 인생에 잠깐 들렀다 가는 사람처럼

멀리서 서성였다


나를 마주하는 일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거울 속의 나를 보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곤 했다


구멍 난 진심과

남루한 표정이 두려웠다


보이지 않는 것을

기어코

붙잡아 본다


운명, 사랑, 진심, 정의 같은 것들


그제야 내 눈이 보인다


내가 보는 방향에

나도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