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신뢰가 담긴 '건배'의 유래

<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by 마림

건배(乾杯) : 마를 건, 잔 배


'잔을 비우다.'


그리스 시대 '건배'의 의미는 신에게 감사와 축복을 바치는 의식이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잔에 독에 있는지 잔을 부딪히며 확인하는 의미였다는 설이 있다. 이게 바로 건배의 상징, 신뢰의 기원이 되었다. 이 설이 사실인지 아닌 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설이다.


중세에서는 침략과 노략, 전쟁이 빈번했다. 마을의 남자들은 전쟁을 위해 수년을 떠났다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이미 결혼을 한 부인들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스스로 과부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어, 재혼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 이후 남편이 살아 돌아오게 되면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럴 때 사용하던 살인의 방법은 '독살'.


술에 독을 넣어, 조용히 살인을 하였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살인을 택한 비극적인 방법이었다. 이러한 독살이 흔해지자, 사람들은 술을 먹는 것이 겁이 나기 시작했고, 신뢰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잔을 부딪히며 '너와 나의 술이 섞여도 안전하다.'라는 의미로 건배를 했다. 이러한 건배의 기원은 비극적이기도 하면서, 신뢰를 상징하는 건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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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여!"


어릴 적 술자리에서 어르신들이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하였다. '건강을 위하여' '성공을 위하여' '합격을 위하여' 등 건배는 앞으로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며 외치는 의식이었다.


잔을 따르고, 눈을 마주 보고, 짧고 깊은 마음을 교감한다. 서로를 믿으며, 안녕을 바란다.


술은 때로는 독이고 때로는 약이 된다. 서로를 믿는 진심 안에서, 맑은 마음과 맑은 잔이 부딪힌다.


오늘도 고생한 모든 마음에게,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아픈 마음에게 내 진심을 다해 외친다.


"우리의 빛나는 오늘과 다가올 내일을 위하여. 지나간 추억과 바래진 낭만을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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