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방에 있는 책상 앞 컴퓨터로 매일 아침 출근을 한다.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아서, 흘러가는 시간을 그대로 내버려 두기가 불안했다. 그래서 루틴 있는 일상을 살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컴퓨터 앞에 앉기 전, 에어프라이어에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에 노브랜드에서 산 땅콩버터를 두껍게 발라 라테를 만들어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배가 매우 든든해서 아침시간에 집중이 매우 잘 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나는 집에서는 절대 집중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할 일이 있으면 노트북을 챙겨 무조건 밖으로 나갔다. 카페에 가면 집에 있을 때 보다 할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었고 집중도 더 잘되었다
그런데 카페에 있다 보면 이상하게도 금방 배가 고파졌고 결국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오천 원이 훌쩍 넘는 샌드위치나 달달한 케이크이나 빵을 덥석 집어 사 먹게 되었다. 카페라테를 좋아하지만 몇백 원이라도 더 아끼려고 아메리카노를 시키곤 했는데 결국 만원이 훌쩍 넘게 지출을 해버리고 나면 왠지 허망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라테로 배를 채울걸 그랬나? 싶었지만 매번 아메리카노만 마셔야지 하다 결국 몇천 원을 더 쓰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후회가 되었다. 그냥 집에 있을걸 그랬나? 싶었지만 집에 있으면 그냥 카페에 갈껄하고 후회할게 뻔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너무 답답했다. 마스크를 벗자니 불안했고 계속 쓰고 있자니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할 일을 다 못하고 카페에서 나올 때가 더 많아졌다.
동생이 회사 근처로 나가 살게 되면서 동생 방 책상으로 내 노트북을 들고 왔다. 그리고 몇 달을 고민만 하다 동생 방에 내 작업공간으로 꾸며보기로 했다. 오래된 책상이지만 아직까지 튼튼했고 새로 산 SIDIZ 의자는 오래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매우 편안했다. 큰 맘먹고 컴퓨터도 샀다. 점점 느려져만가는 노트북 대신 새로 설치한 컴퓨터는 빨랐고 24인치 모니터 덕분에 눈이 시원했다. 유튜브에 있는 카페 음악을 틀으니 꽤나 그럴싸한 오피스 환경이 만들어졌다.
요즘 나는 목메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중이다.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갈 수 있는 곳이 현저히 줄었다는 게 보였다. 예전이었으면 하루라도 빨리 취업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매일 초조해하고 힘들어했을 나였다.
하지만 직장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 무언가를 이루려던 내 오랜 바람은 회사를 다니면서 겪은 2번의 해고와 자발적 퇴사 그리고 몇 번의 이직으로 인해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그렇게 나오게 되면서 회사는 결국 나와야만 하는 곳이고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곳이라는 현실을 드디어 직시하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한동안 마음이 착잡했고 그동안의 회사생활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졌다.
그리고,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어쩌면 다행인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사실 얼마 전부터였다.
코로나 덕분에 혼자 일어설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나도 어떻게 해서든 그 대열에 합류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마침 인터넷을 기웃거리다 찾은 몇 개의 온라인 수업을 신청해 들으면서 평소 궁금해하던 디지털 세계에 대해 알아가면서 배울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를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무언가 할 일이 생겨서 기뻤다. 오프라인 수업이었다면 많이 망설였을 텐데 온라인 수업은 집에서 혼자 들으면서 공부를 해도 되니 심적 부담도 덜했다.
절망으로 가득 찼던 마음에 출구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동생 방에 내 작업공간을 미리 만들어 놓은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카페를 찾아 이리저리 전전긍긍하는 대신 아침 일찍 내 공간으로 올 수 있어서 다행이고 해야 할 일을 해내가는 루틴 있는 일상을 사는 것이야 말로 지금 나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