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깊은 생각 (이상준의 CEO 수필집)
미술 학원을 다닐 때 어느 동생이 기타를 가지고 왔다.
미술 학원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생소한 모습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탄할 때
기타를 연주하던 학생의 친구가 그 친구를 칭찬하며
"현우는 못하는 게 없다니까.... "
이라고 말하자,
그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이 비꼬듯 이렇게
"현우는 못하는 것도 없지만 제대로 하는 것도 없잖아...ㅋㅋㅋ"
선생님은 미술 공부를 시작했으면 미술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했겠지만,
꼭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30대 초반
한 회사의 기획팀을 맡고 있을 때였다.
꽤 오랜 기간 디자인과 기획을 담당하는 나는 그 분야에서는 꽤나 베테랑이었지만,
사실 그 외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나는 영업 부서가 궁금했다.
'도대체 저 부서는 어떤 일을 하는 거야?
계약서는 어떻게 작성하고 계약은 어떻게 따는 거지?'
고민 끝에 궁금증을 해결할 기회가 왔다.
주말 없이 근무하던 영업 과장님이 이번 주 토요일 부산에 영업상담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과장님한테 혼자 그 먼길 운전하면 위험하니, 내가 운전 교대로 같이 가주겠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회사를 위하는 봉사 인가.....
'ㅋㅋㅋ'
하지만, 난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왕복 10시간을 영업 과장님과 독대할 수 있었고,
상담을 하고, 브리핑을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고 계약서를 수정하는
모든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주말마다 영업부의 업무를 습득해 갔고,
그렇게 관리부, 물류부 업무도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몇 년 뒤 창업을 결심할 때
그렇게 배운 업무들이 첫 인건비를 줄이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가.....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할 '보기'가 많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