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깊은 생각 (이상준의 CEO 수필집)
수영을 10년 넘게 해왔다.
그래서 꽤나 수영실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가끔 주말에 수영장을 가면
수모를 똑같이 맞추어 쓴 서너 명이 하나의 라인을 차지하고
매너 없이 잘 비켜 주지 않는다.
그냥 봐도 꽤나 수영경력이 있어 뵈는 고급반 회원이다.
내가 그 라인에 들어가서 수영을 할라치면
괜히 잡담을 하다가도 그 라인에 들어온 내가 눈에 거슬리는지 갑자기 폭풍 질주를 한다. 내가 영역 침범을 한 것이다.
나도 이들과 같이 수영을 해서 이길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하나,
최소한 대등하게는 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경쟁하지 않는다. 일부러 속도를 높이지도 않는다.
그저 운동을 즐기러 온 만큼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럼 그 텃세팀은 나를 바짝 따라붙는다.
비키라는 듯 내 발끝을 손으로 건드려 나에게 부담을 준다.
내가 끝에서 턴을 할 때 나를 불편하게 추월하기도 한다.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추월을 당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가볍게 추월당해주면 그들은 다시 한 바퀴를 돌고는
내 뒤로 바짝 따라붙어
아직도 여기냐!! 는 듯 내 발 끝을 건드린다.
나는 다시 가볍게 추월당한다.
그들은 다시 속도를 내어 질주한다.
그 텃세팀 하나 둘 나를 추월하고 마지막 네 번째 사람이 나를 추월할 때.....
이때다!!!!!!
그 팀은 나를 두 번이나 앞질렀기 때문에 체력이 빠져있다.
나는 속도를 높여 마지막 사람을 바짝 따라간다.
마지막 사람은 갑자기 누군가가 바짝 따라오는 것을 느낄 때
체력이 급격히 소진된다.
고작 반 바퀴를 돌고 멈추어서는 옆으로 비켜 숨을 헐떡인다.
곧이어 세 번째, 두 번째를 따라잡고,
텃세가 심했던 리더만이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수영장 그 라인이 자기 꺼인 마냥 여러 사람에게 텃세를 부리는 그이다.
이제 나에게 자비란 없다. 역시 그를 바짝 쫓아 수영한다.
그는 내가 멈추기 전 자기가 먼저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텃세팀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두 번이나 추월한 몸이시다.
지금쯤이면 체력이 바닥일 것이다
두세 바퀴를 나와 경쟁하듯 질주하다가 결국 멈추고는 숨을 헐떡인다.
나는 곧바로 속도 확 줄이고..... 그 라인의 속도를 떨어뜨려 놓는다....
속도가 낮아 복잡한 옆라인으로 쫓겨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라인에 평화가 찾아온다..
텃세에는
먼저 반응하지 말고
먼저 흥분하지 말고
먼저 칼을 뽑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