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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n 21. 2021

꼬마 수사 마리오

기도손 조각상 앞에서


"수사님! 참 이상해요."


"뭐가?"


"병원에서 보는 하늘이 수도원에서 봤던 하늘보다 더 낮아 보이고 더 부드럽게 느껴져요."


"그래? 마리오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정말 그런 거 같은데."


"네... 수도원에서 봤던 하늘보다 부럽고 따뜻한 색의 하늘이에요... 병원 이름이 성모 병원이라서 그런가요?"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니꼴라오 수사는 병원 야외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꼬마 수사의 감수성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측은하게 느껴졌다.


"우와!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네요. 저는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렇지?"


"성모님의 기도가 가장 필요한 곳인 것 같아요." 꼬마 수사가 기도 손 조각상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 그 누구와도 감정을 나누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과 생ㆍ사를 넘나들면서 온몸으로 절망하고 온몸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그때 다리를 다쳤는지 목발을 짚은 젊은 여자분이 집에 있는 아이와 화상 통화를 하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그 여자분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꼬마 수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수사님! 저 자매님 말소리가 얘기 같아요. 큭큭... 표정도 그렇고... 누가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둘 다 똑 같이 얘기 같아요.


니꼴라오 수사도 소리 없이 웃었다. "근데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치!"


"네... 저는 저 휴대폰 속의 아이가 너무 부러워요. 저두......" 꼬마 수사는 하려던 말을 마저 하지 못하고 말꼬리를 감췄다.


니꼴라오 수사도 꼬마 수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 눈치챘지만 모른 척해주었다.


병원 입구에 임시로 마련된 선별 진료소에는 입원할 환자와 상주할 보호자가 코로나 19 검사를 받기 위해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꼬마 수사 일행도 그들 무리에 섞여 있었다.


그때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남자의 대화가 니꼴라오 수사의 귀에 들어왔다.


"큰 애가 장학생으로 뉴욕에 있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걱정이야. 학비는 자기가 어떻게든 벌어보겠다고 생활비만 마련해 달라고 하는데..."


"형. 뉴욕은 날씨도 안 좋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못돼. 관광객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라서 거리도 지저분하고 도시 자체가 들떠있어 추천하고 싶지 않아. 보석을 공부하고 싶다면 차라라 유럽 쪽을 알아보라고 하지..."


니꼴라오 수사가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자 꼬마 수사가 물었다.


"수사님. 수사님 하고 나이가 비슷해 보여요... 혹시 저 형제님들의 삶이 부러우신 건 아니죠?"


" 엉? 허허. 마리오가 관상도 볼 줄 아니? 수사님이 마리오한테 마음을 들킨 것 같은데... 허허... 수사님도 사람이다 보니 아주 가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 하지만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단다."


"마리오... 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저 간호사들과 의사들을 보렴... 저들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소중히 여기며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고, 또 다른 이들은 자기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서로 정보를 나누 서로 걱정해 주며 하느님께서 부르신 그들의 길을 가고 있지 않니?"


"아... 하!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길 중에 어떤 길이 더 좋고 나쁠 수 없다..." 꼬마 수사가 니꼴라오 수사의 말을 넘겨짚으며 말했다.


"그렇지! 먼 훗 날... 어느 순간 마리오도 깨닫는 날이 있겠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딱 맞는 길을 준비해 주시고 마련해 주셨단다. 문제는 그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태도이겠지?


인간적으로 서로의 길을 비교해 보면 어떤 이는 나보다 더 좋고, 더 쉽고, 더 안락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길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거지. 인생은 경솔함과 속단으로 이러꿍저러꿍 할 수 없는 진지함 그 자체니까."


"좀 쉬운 말로 해주세요. 수사님 말씀이 너무 진지해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헤헤..."


"아! 그래. 미안하구나. 혹시 마리오 두리안이라는 과일 아니?"


"네에... 헤헤... 자세히는 몰라요. 그냥 이야기만 들어봤어요. 두리안 하면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로 유명하잖아요."


"사실 수사님도 그 맛과 향을 몰라.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구나 하고 짐작하는 거지."


"그럼 결론은 각자의 인생은 그 인생을 직접 살아보지 않고 '알 수 없음'이라는 말씀인가요?"


"허허허. 수사님이 할 말이 없어지는데...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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