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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l 24. 2021

소금단지

어제와 같은 날


# 숲에게


숲에게 휘파람을 불어주었다

그러자

숲이 노래를 부르고

내 마음은 춤을 추었다

꽃 길 위에서

노래의 날개 위에서


# 내가 너를 믿는 것만큼


"내가 너를 믿는 것만큼 너도 너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어." "아름다운 실수 없이는 아름다운 결말도 없어."


이 글은 미국의 한 아버지가 왕따를 당하는 딸을 격려하기 위해 4년 동안 매일 쓴 쪽지 중에 하나인데요. 아버지 마음, 사랑의 쪽지였습니다.


2017년 8월, 딸 애디슨이 10살 때부터 아버지 크리스가 쓰기 시작한 쪽지는 쌓여 어느덧 690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딸에게 쪽지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아빠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이런 체험도 말해줍니다. "딸을 위해 쓴 편지가 어느 순간 나에게도 오늘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참조: 소가윤 기자, 2021. 7. 23.-


# 참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요한 6,5.)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어 보이니, 그 식솔들의 숫자까지 헤아려보면 어림잡아 일만 오천명은 족히 되는 군중입니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 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먹을 것이 넉넉지 못한 시절입니다. 평소에도 먹을 게 부족한 시대이지요. 먹여도 먹여도 저들의 배고픔과 갈증을 채우고 만족시키실 수는 없습니다.


이들의 주린 배를 넉넉히 채우기 위해서 나누어 줄 빵을 구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먹일 수는 없습니다. 참으십시오. 예수님!


인간의 이기적이고 간악한 심성을 놓고 헤아려볼 때, 희소성이 있는 물건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군중 앞에 내어놓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참으십시오. 예수님!


뭔가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면 혹시 모를 일이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당장 자기가 먹을 식량을 선뜻 내놓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돌려보내십시오. 예수님.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갖게 되면 상처만 받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짐승처럼 굶주린 저 많은 무리들의 배를 채울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참으십시오. 예수님! 꿈꾸지 마십시오.


아무리 물 위를 걸으시고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앞 못 보던 소경을 치유하셨던 당신이시지만 이번만큼은 무리수를 두시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니 예수님 참으십시오. 잘못하면 저 많은 군중 앞에서 망신당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기적인 군중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예수님.


#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6,8-9.)


안드레아도 필립보와 같은 생각입니다. 나머지 제자들도 같은 생각이겠죠.


아이가 안드레아에게 내어놓은 빵은 분명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해서 가져왔을 것입니다. 군중 중에는 당신의 복음 말씀을 듣고 회개한 이들,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이들이 몇몇 섞여 있겠지요. 그중에 한 가족의 아이가 가져온 음식이 분명합니다.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 같은 의미지요. 예수님. 그러니, 참으십시오.


이 하찮은 음식으로 저 많은 군중을 먹일 수는 없습니다. 그냥. 이것은 우리끼리 먹고 저 군중은 집으로 돌려보내시는 게 아주 현명한 일입니다. 참으십시오. 주님!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마르 6,35-36.)


그러나


기어이,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 어제를 쥐고서


어제를 쥐고 있었더니 오늘도 어제와 같은 날입니다.


기적 같은 창조는 차라리 어제의 나를 잊어버릴 때 만나게 되는 것이겠지만,


"당연히 그럴 거야. 그럴 수밖에 없지."라는 마취제를 너무 많이 맞은 탓에 이제는 무기력해졌습니다.


어제를 놓으면 다 잃을 것 같아서 생각 없이 계속 어제의 나를 쥐고 있습니다. 모든 게 귀찮아지고 심드렁해졌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예수님의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러니 내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발버둥 쳐봐야 상처만 벌어질 뿐, 나 혼자 살아내기도 힘드네요.


나눌 것이 뭐 있겠어요. 그냥 어제 내게 주어진 것이나 혼자 먹어야겠습니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 뭐 있겠습니까. 그냥 어제 내게 주어진 것이나 혼자 먹다가 조용히 떠나가면 그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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