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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May 18. 2023

소금단지

아무것도 너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요한 16,22-23)


1973년 영국에서 제작된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의 영화 “형제인 태양과 자매인 달”에서 프란치스코는 아버지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성전을 수리하는데 쓴 대가로 아버지 베르나르도네에게 고발을 당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아시시 광장에 끌려 나오게 되지요. 그리고 자기 변론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는데, 그때 프란치스코는 아시시 주교님과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고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


그리고 너희는 왜 옷 걱정을 하느냐?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오늘 서 있다가도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너희야 훨씬 더 잘 입히시지 않겠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 25-34)


그리고 프란치스코는 주교님 앞에서 아버지께 물려받은 모든 것과 앞으로 물려받게 될 상속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며, 입고 있던 옷까지 모두 벗어서 아버지에게 되돌려 줍니다.


그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알몸이 된 프란치스코는 알 몸인 채로 아버지의 집이 있는 아시시를 떠나게 되는데요. 알몸으로 두 팔을 벌린 그의 앞에 더 큰 세상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클로즈업됩니다. 아직도 그 장면은 장엄하고 가슴을 울리는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 두 인격이 존재합니다. 마르타 같은 인격과 마리아를 닮은 인격입니다. 마르타는 주님을 모시고도 분주합니다.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습니다. 할 일이 많다고 믿고 있는 것이지요.


믿음은 마음을 변하게 하고 마음은 생각을 바꾸며 생각은 몸을 컨트롤합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조차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믿는 믿음이 가장 먼저여야 합니다. 무엇을 하는가 보다 어떤 믿음, 어떤 마음, 어떤 생각인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언제나 사랑이 최우선입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 41-42)


마리아에게는 사랑이신 주님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합니다. 사랑하는 예수님을 내 집(안)에 모셨습니다. 온통 주님 생각뿐이었는데. 그분이 내 집(안)에 오셨습니다.


사랑이 가장 먼저입니다. 사랑하는 만큼, 가까이 존재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더 그렇지요. 짐작해 보건대, 마리아는 언니 마르타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했을 것입니다. 한 순간도 그분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사랑하는 예수님의 숨결, 그분의 말씨, 그분의 표정. 그분의 몸짓. 하나하나 기억하고 싶었을 것이고, 마음 깊은 곳에 저장해 두고 싶었겠지요. 언니처럼 다른 많은 일을 걱정할 수가 없습니다. 마리아의 마음과 생각은 온통 내 앞에 계시고 나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뿐이기에.


마리아는 주님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루카 12,34)


마리아는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고 애타게 찾았고, 그 보물, 주님의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그것도 ‘온전히’ 선택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그분의 현존 앞에 머물러 있는 것이 마리아에게는 세상의 그 어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사랑이 마리아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물했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 만으로 만족하도다

                                           - 아빌라 대 데레사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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