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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n 13. 2023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견진성사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와 요한을 그들에게 보냈다. 베드로와 요한은 내려가서 그들이 성령을 받도록 기도하였다. 그들이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을 뿐, 그들 가운데 아직 아무에게도 성령께서 내리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때에 사도들이 그들에게 안수하자 그들이 성령을 받았다.(사도 8,14-17; 1코린 1,17; 사도 19,1-6)


성장하는 그리스도인

어린이가 성장하여 성인이 된다는 것은 보호받는 존재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고 나아가 누군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신앙인은 성령이 이끄는 교회 안에서 성장합니다. 이윽고 때가 되면 신앙의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지요. 하느님께서는 어른이 된 이들에게 합당하고 마땅한 선물을 주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어른이 된 그에게 하느님 나라에서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의 신앙을 북돋아주고자 합니다.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에 대한 일화는 성령께 의탁하지 못하는 우리의 신앙을 성찰하게 하는데요. 성사와 그 은혜의 중요성도 깊이 깨닫게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사를 통하여 성장합니다. 그는 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구원행위에 참여하고 하느님을 만나며 구원의 은총을 얻습니다. 세례성사가 처음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죄의 용서를 받으며, 하느님의 새로운 자녀로 탄생시켜 주는 것이라면, 견진성사는 성숙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고 교회의 완전한 구성원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가톨릭 영상 교리 참조)



거룩한 갈망

우리의 처지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세례 때, 하느님의 사랑을 고백하고 신앙생활을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주님을 온전히 따르기에 미숙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주님의 말씀을 따라 매일 실천하기에는 힘과 지혜와 용기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의 마음은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신앙인이 되고 싶어 갈망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협조자이시고 도움이신 성령께 의탁해야 하지요.

 

"물 없이는 마른 밀가루를 합쳐 한 덩어리의 반죽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역시 수효는 많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지 않고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른땅이 습기를 받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마른나무인 우리는 하늘의 비가 우리 위에 거저 내리지 않으면 생명의 열매를 결코 맺을 수 없습니다. 우리 육신은 세례의 물을 통해서 부패로부터의 해방을 주는 일치를 얻었고 우리 영혼은 성령을 통해서 그것을 얻었습니다." - 성 이레네오 주교의 저서 ‘이단자를 거슬러’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의탁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른 협조자 곧 성령을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요한 14,26)


약속대로 우리는 견진 성사를 통해 성령과 은총을 받습니다. 견진 성사는 우리가 세례 때 서약한 새로운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성령에 특별한 능력을 줍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도 처음에는 자주 두려움에 떨었고 의심의 마음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오순절날 성령을 받은 다음부터는 두려움 따위는 사라지고 예수님의 제자로 굳세게 살아갔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견진 성사로 성령을 받아 하느님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하느님의 큰 힘을 믿는 자랑스러운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견진 성사를 받을 때 우리는 이마에 기름을 바릅니다. ‘기름 부음 받은 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기름 발음으로 우리는 영혼의 지워지지 않는 성령의 인호를 받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성사를 받은 우리에게 일곱 가지 특별한 은총을 허락하시지요.(가톨릭 영상 교리)


성령의 일곱 가지 선물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이사 11,1-2)


‘성령칠은’은 개인과 공동체의 성화를 위해 성령이 베푸는 7가지 은혜입니다.(이사 11, 2-3; 1코린 12,7-10) 주님께 내려오신 하느님의 영은 ‘슬기와 깨달음의 영, 의견과 굳셈의 영, 지식과 효경의 영, 주님께 대한 두려움의 영’이십니다.


이처럼 성령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도록 생명의 은총으로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덕을 주실뿐만 아니라 이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특별한 일곱 가지 도움의 은사를 주십니다.


물론 이러한 은사들은 견진성사 때에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세례 때 처음으로 주어지고 또한 견진성사를 통해 더욱 풍성하고 확고하게 됩니다. 이들 중 슬기(지혜)와 통달(지식, 깨달음)과 의견과 지식은 우리의 지능을 도와주며, 굳셈(용기)과 효경과 두려워함은 우리의 의지를 도와줍니다.



슬기(지혜) : 먼저 지혜의 은사는 하느님과 하느님에 관한 것을 올바로 판단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은사입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하느님의 관점에서 판단하게 해 줍니다. 하느님의 뜻만을 따라 살고 그것에 맛 들일 수 있는 슬기로움을 줍니다.

이 은사를 북돋우려면 개인의 이익이나 욕구로 사물을 보지 말고 신앙 가르침과 하느님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지요.


통달(지식, 깨달음) : 이 은사는 진리를 깊이 통찰하고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성경의 의미나 교리를 깨닫도록 해주고 상징과 표지 안에 감추어진 영적 실재를 보게 해 줍니다. 하느님의 진리가 참된 것임을 깨닫게 해 주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알아듣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은사가 잘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령강림 때 사도들이 마리아와 기도했듯이 자주 성모님과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의견 : ‘의견’의 은사는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올바로 판단하게 하는데요. 세속적으로도 어떤 일이 옳고 그른지 더욱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게 합니다. 인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나 예상치 못한 위급상황 앞에서도 지혜롭게 풀어내도록 도와준다.

이 은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겸손으로 자신의 나약함과 무지를 인식하고 성령의 인도를 청해야 합니다.


지식 : ‘지식’의 은사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게 합니다. 이 은사를 통하면 영혼이 처한 상태나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리와 성서의 뜻을 잘 알아듣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교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관계되는지 알려 주며,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알게 해 줍니다.

그러므로 이 은사로 인하여 신자는 물질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고 모든 사건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굳셈(용기) : 굳세지 못한 사람은 싸움에 지게 되는데요. 우리는 끊임없는 유혹과 싸우고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믿음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받거나 어려움을 당하는 수도 있습니다. 굳셈은 이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게 합니다.

성령의 용기는 신앙생활 중에 찾아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덕을 실천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을 열렬히 섬기게 하고 유혹과 장애를 이겨내도록 도와줍니다.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며 욕심을 버리는 것이 이 은사를 활성화하는 길이다.


효경 : 이 은사는 자녀로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자녀인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는 은사입니다. 하느님을 무서워하기보다는 참 아버지로 알고 사랑하여 친밀감을 갖게 합니다. 또 하느님의 뜻에 따르기를 힘쓰게 합니다. 어려울 때 자녀들이 부모를 신뢰하는 것처럼 언제나 하느님을 따르며 의지하게 합니다.

이 은사는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녀로 의식하면서 대하고 하느님의 작품인 세상 만물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두려워함(경외심) : 경외심은 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두려움입니다. 효성 있는 자녀들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조심하듯, 범죄 하여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지 않도록 하고, 우리 영혼이 해를 받지 않도록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이 은사는 죄를 피하게 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으로 이르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영혼의 구원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서 돋보이게 나타나는 은사입니다.



이렇게 풍부히 받은 성령의 은총으로 우리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사랑과 기쁨, 평화와 인내, 호의와 성실, 온유와 절제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은총의 열매들로 하느님 나라와 그 나라를 사는 모든 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이지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갈라 5,1)


견진 성사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완성하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의 충만한 성령의 작용으로 신앙인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신앙의 신비를 깨닫게 되지요. 하느님의 뜻을 내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의 편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성령하느님과 더욱 친밀란 관계를 맺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권고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믿음으로 의로워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자유를 육을 위하는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오히려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 사실 모든 율법은 한 계명으로 요약됩니다.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하신 계명입니다.


내 말은 이렇습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의 욕망을 채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육이 욕망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은 육을 거스릅니다. 이 둘은 서로 반대되기 때문에 여러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육의 행실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곧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 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흥청대는 술판,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들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이미 경고한 그대로 이제 다시 경고합니다. 이런 짓을 저지르는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막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은 자기 육을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갈라 5,5. 13-14.16-17.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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