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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지난 이야기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

by 진동길

잔혹한 세계, 그러나 꺾이지 않는 마음


2050년.
전 세계는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이 일으킨 전쟁의 여파로, 세 개의 거대 민족국가로 분할되었다. 표면적으론 “반란군을 진압한다”는 명분 아래 인구 제한과 극단적 감시 체제를 강요하는 시대. 한때 민주주의의 상징이던 미국조차 2045년을 전후로 헌법이 불타 사라졌고, 워싱턴엔 “블루 펜타곤”이라는 군사 독재의 거대 탑이 바벨탑처럼 치솟아 전 지구적 감시를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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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편 속에서 노바 앤젤레스라는 도시가 기형적으로 재건되었다. 상층부는 화려한 불빛을 머금었으나, 하층과 지하는 폐허와 오염된 공기로 가득했다. 바로 이곳에서 암암리에 살아남은 옛 ‘크리에이터’ 기술이 거래되고, 레플리칸트(인간 복제체)들은 혹독한 실험에 희생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스토니 교정시설이 자리한다.


억울한 죄로 끌려온 마리안(Marian). 감정 회로가 뛰어난 최신형 레플리칸트인 그녀는, Aether Kinesis라 불리는 고문과 다름없는 실험 장치에 의해 기억과 정신, 그리고 감정을 무자비하게 해체당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 지옥 속에서, 수수께끼의 여성 미리암(Miriam)이 은밀한 예지력과 마음의 교감 능력을 숨긴 채, 마리안을 향한 간절한 연대 의식을 보낸다. 또 다른 레플리칸트 제이드(Jade)는 하층부의 은신처 ‘에데이 샤하르(Edei Shachar)’에서 “더는 잔혹한 희생을 방관할 수 없다”고 다짐하며, 무모해 보이는 배스토니 침투를 준비한다.


한편, 교정시설을 장악한 소장 프레이저(Frasier). 그는 냉혹하고 무정한 권력자처럼 보이지만, 마리안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숨길 수 없는 인간적 아픔이 번뜩인다. 잔혹한 총칼 사이, 이유 모를 감정이 그 눈빛을 물들인다. 과연 무엇이 그를 이렇게 갈등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왜 레플리칸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집착하는 것일까.


짓눌린 희망과 감춰진 사랑, 그리고 불씨처럼 살아 있는 저항의 의지가 서로 교차한다.
피폐한 세계가 또다시 전쟁의 불길로 타오를지, 혹은 실낱같은 새벽을 열 수 있을지—이제 모든 것은 그들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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